잭 캔필드라는 이름을 듣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101가지 이야기'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떠올렸다. 어릴 적 유행하던 잡지(지금도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좋은생각'에 소개될 법한 절절한 이야기들은 감동적인데다 교육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쉽게 읽혀 즐겨 읽은 바 있다. 막상 지나고 나면 다 잊혀져 버리는 이야기인데도. 나이가 들어서는 종교, 명상을 강조하는 오리엔탈리즘이 눈에 거슬려 잊었다가 책장에 꽃혀 있는 걸 무심결에 빼들었다 깜짝 놀랐다. 암 환자 수기라니. 그리고 하나하나가 믿음과 신념으로 극복했다는 이야기 뿐이라 신빙성에 의문이 가는 이야기 투성이다. 물론 암 극복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고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는 알고 있지만 믿음과 명상만으로 극복하다니 조금 위험한거 아닐까. 물론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긍정적인 마음이 모든 것인양 이야기하는 에세이는 위험하다. 개인적으로는 힘들고 불행한 일일 수록 정확하고 냉정한 진단과 사고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설픈 희망고문은 당장은 달콤할 지 몰라도 종국에는 이가 썩기 마련이다.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는 아들의 병을 감추는 부모가 나온다. 굿으로 치료를 하고 싶은데 본인이 암이라는 사실을 알면 거부할 것 같아서라는 이유인데 속임수가 고통을 가려주지는 않는다. 긍정적 사고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정확한 진단과 굳건한 의지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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