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한국에서의 여성운동은 조금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띄게 된다. 특히 과격한 논지를 가진 커뮤니티가 사람들 입에 오르더니 <82년생 김지영>은 어마어마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비둘기파를 쫒아낸 페미니즘과 이에 대항하는 남성들과 현재까지 최악의 젠더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50여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젠더 갈등을 살펴보는 건 꽤나 흥미롭다.
이 영화는 1973년 열린 기묘한 테니스 이벤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사적인 스포츠인 테니스는 지금도 보수적인 스포츠다. 물론 1970년대 미국에서는 여성에게도 그 문호가 열려있는 상태였지만 인기에 무관하게 여성은 상금이 십분의 일밖에 되지 않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스포츠 선수가 아니라 흥을 돋구는 이벤트 걸들로 인식하고 있었다. 빌리 진킹은 이러한 세태에 대항하며 독자적으로 여성 테니스 협회를 만들었지만 은퇴한 남성 테니스 선수 '바비 릭스'의 도발에 사상 최초의 성비 대결을 펼친다.
물론 성대결이 흥미로운 부분이긴 하지만 당시 최 전성기를 누리던 여성 최고 선수와 아무리 남성이라지만 은퇴한 50대 선수와의 대결은 불합리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나이와 상관 없이 여성을 한 수 아래로 보는 시선이 존재했고 그걸 깨부쉈다는데 의미가 있다. 거기에 더해서 '빌리 진 킹'은 동성애자이기도 했는데 이를 공식화하면서 보수적인 미국사회를 뜨겁게 만들면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
경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고 그걸 획득하는 방식이다. 지금 한국의 젠더갈등이 가지고 있는 무조건적인 혐오에 비하면 50년 전 빌리와 바비의 경기는 그야말로 신사다웠다. 빌리는 모든 것을 걸고 싸웠으며 쟁취했다. 바비는 빌리를 무시하고 조롱했지만 경기 이후에는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승부보다 멋진 시대의 전환선언이다.
다만, 영화는 당시의 상황을 똑같이 재현하는 수준에 그쳐 일견 지루한 면이 있다. 흩어진 서사는 집중력이 약하고 단절된 이벤트들은 무작위적이다. 당시 일어난 사건들을 느슨하게 연결해 놓아 배경 지식이 없는 이들은 쫒아가기가 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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