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암살자] 국뽕이 더해진 첨보 액션 킬링타임 소설

슬슬살살 2021. 9. 25. 16:08

최근에는 뜸하긴 하지만 예전에는 이원호 작가를 필두로 하는 '킬링 타임용 마초 소설'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었다. 이른바 소설계의 김성모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주로 첩보 액션물로 국뽕에 약간 성적인 이미지가 가미되는 편이라 큰 의미를 두고 읽을 건 아니지만 또 목적(?)에 맞게 한 번 잡으면 금방 몰입이 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킬링 타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아주 걸맞다. 

<암살자>는 한국 특수부대원 출신의 이준석 대위가 주인공이다. 아랍의 테러단체에 납치당한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혈혈 단신으로 이집트에 뛰어든다. 일본에서 개발한 비밀무기를 탈취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데 덕분에 이준석은 국제적인 첩보전에 휘말리는 뻔 한 스토리다. 


모두 실패했다. 그렇게 자위하려고 했으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물론 각국의 정보국이나 무기상도 그리고 주범인 하마니까지 실패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준석도 제 약혼자를 구해내는데 실패했다. 승리한 자는 없다. 


흥미로운 건 작전 도중 죽어버리는 여자친구를 대하는 이준석의 태도다. 신파와 같이 사랑해서 테러단체에 부딪혀 온 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차분하게 분노하는데 그 모습이 사랑보다는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는 분노가 더 큰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세월을 감안해도 이해가 안되는 장면이다. 1부에서 여자친구의 죽음으로 국제미아가 된 이준석은 2부에서 테러단체와 내통하는 각 국의 스파이 명단을 놓고 첩보전을 펼친다. 그리고 결과는 나쁜 놈들을 일망타진하고 나아가 다량의 외화를 한국으로 보내 IMF 극복에도 기여하며 한국의 위상을 만방에 떨치기까지 한다는 허무맹랑한 끝맺음으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