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딥 임팩트’는 세기말 분위기와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큰 흥행을 기록했고 지금 봐도 꽤나 잘 만든 영화다. ‘그린랜드’의 대부분 설정은 딥임팩트를 그대로 차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유성의 습격으로 인한 지구의 멸망과 이를 피하려는 인간의 허무한 노력, 선택받은 인간만이 들어갈 수 있는 대피소 같은 것들이 모두 동일하다.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딥 임팩트가 간신히 인류의 절멸을 막았다면 이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멸종-문명 리부트로 전개된다는 정도다.
완성도는 더욱 처절하게 차이가 나는데 ‘딥 임팩트’가 종말을 앞둔 여러 인간들의 군상을 다채롭게 그려냈다면 ‘그린랜드’는 보다 지엽적이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애를 제외하면 복합적인 심리를 가진 인물이 거의 그려지지 않고 지구의 멸망이나 디스토피아적인 모습도 평이하기 그지없다. 결국 제라드 버틀러의 좌충우돌 액션을 보다가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을 보게 되는 정도에 그치는 나태한 연출을 보인다. 재난 영화라기 보다는 가족애를 그린 드라마에 가까워서 ‘딥 임팩트’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실망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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