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그 종류를 막론하고 영화의 좋은 소재다. 거의 90%의 영화는 범죄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늘 우리의 곁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거의 없는 듯 하다.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피해자의 무지함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나는 절대로 걸리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범죄에 비해 관객들이 피해의 막중함을 직접 체감하기 어려워서인 것 같은데 영화 ’보이스‘는 그런 선입견을 철저하게 깨 부순다.
물론 과장된 설정들이 곳곳에 있어서 이게 영화라는 걸 계속 인지 시키지만 적어도 전화 통화로 범죄가 일어나는 장면들은 그 어떤 액션보다도 긴박하고 살떨린다. 스트레스 지수는 당연히 높다. 난데 없이 당하는 피해자의 모습들과 ’저정도면 나도 속겠다‘라고 인식하게 되는 치밀한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는 이 영화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전국민이 한번씩은 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의 재미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제일 큰 주제 의식 – 보이스피싱, 누구나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은 그 어떤 캠페인보다도 강력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영화적인 부분은 주인공의 추적과 응징이고, 가장 사실적인 부분은 범죄 그 자체다. 영화는 보통의 범죄액션물보다 조금 나은 편이지만 두 연기 귀신들이 미친 듯이 캐리해냈고 범죄행위는 그 어떤 범죄보다 무섭게 다가왔으니 이 정도면 목적한 바를 이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일개 은퇴형사가 중국까지 가서 다 때려잡냐는 의문만 품지 않는다면 매년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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