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와서 무심코 보다가 어느새 날을 새고, 다음날 올라오는 차 안과 집에 도착해서까지 손을 놓지 못했다. 왜 2021년이 ‘오징어 게임’의 해인지 확연하게 알 수 있는 드라마다. 이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영업이익을 수조원 끌어올렸다고 하니 그야말로 영상 콘텐츠의 역사를 새로 썼다.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장르는 매니악해서 여간해서는 망하지 않지만 그만큼 성공한 케이스도 드물다. 전 세계적으로는 ‘헝거게임’과 ‘큐브’ 정도만이 성공한 케이스로 떠오른다. 그러나 한국적인 정서가 가미된 서바이벌 게임은 여러모로 달랐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서양권에서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연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치밀한 시나리오 전개와 놀라운 연출의 힘으로 성공했다 생각한다. 우선, 동화적인 미술효과는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옛날 오멘이 준 공포는 천진난만한 데미안의 얼굴 뒤의 악마가 아니었던가. 다른 나라에서 동양인이 가진 동안 얼굴과 알록달록한 유아적인 배경을 무시무시하게 받아들인 것도 같은 이유인 듯 하다. 대부분의 비슷한 장르의 유사한 결말 구조(주인공의 생존과 주최측에 대한 복수)를 부숴버린 것도 멋졌다. 참가자들은 주인공을 포함해 모두 정의롭지 않다. 그나마 선한 캐릭터인 성기훈 역시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에서는 갈등하면서도 결국 상대를 속이려 하고 줄다리기 게임등에서는 그야말로 사생 결투를 한다. 맨 마지막 성기훈이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은 상대방이 자신의 지인이었기 때문이지 결코 인간미가 있어서는 아니다. 물론 극이 종료된 후에 변하기는 하지만.
매회마다 보여주는 반전과 이후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은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연출이다. 특히나 이런 건 한국 드라마의 주특기가 아니던가. 이병헌의 난데없는 등장(특히 이병헌은 송강호와 함께 서구권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배우다)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놀라움을 던졌고 깐부 할아버지의 정체는 내심 짐작하면서도 밝혀지는 순간까지 확신하지 못하게 했다. 적재 적소에서 주인공 일행들은 죽음을 맞았으며 결코 클리셰를 가져가지 않음으로서 오리지널리티를 극대화했다. 매 장면은 보는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게 설계했고 모호함의 영역은 죽음이라고 하는 단절적인 마무리로 잘라내버렸다. 돈을 주제로 하지만 인간을 이야기하는 정말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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