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1기의 마무리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는 마블이지만, 이번 스파이더맨 만큼은 역대급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 내서 너무나 만족스럽다. 저작권 문제, 주인공 섭외 등으로 엉망진창이 된 스파이더맨 세계관을 한 군데로 모아서 깔끔하게 해결하는가 하면 마블의 멀티 유니버스 구조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해결 방법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팬들이 마블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고 나아가 이후에 나올 여러 분기의 작품들이 가져올 핍진성 오류를 미리 차단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설정 측면만을 신경 썼다면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았을 것. 영화적 완성도도 뛰어나 과거의 스파이더맨 소환을 넘어서 눈물 날 정도로 멋진 마무리를 선물했다. 좋아하던 야구 선수의 은퇴식을 보는 기분이랄까.
처음에는 단순히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알려지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로 인해 멀티버스가 열리고 다른 차원의 빌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각 차원의 스파이더맨들은 톰 홀랜드의 세계에서 그들의 숙적들을 '치료'해 나간다. 전형적인 청소년 성장물이지만 친근하게 여기던 스파이더맨이 모두 모이다니... 그리고 깨알같은 차이점들, 몸에서 거미줄이 나가는 1대 스파이더맨을 신기해 한다던지, 그동안 해치운 빌런들의 등급에서 질투를 느끼는 2대 스파이더맨의 모습들은 마블 팬들을 가슴 뛰게 만들었다.
결말 부분에서는 메이 고모의 죽음, 친구들과의 이별이라는 서글픈 마무리를 지었으나 이는 스파이더맨이 '우리의 이웃'을 넘어 '영웅'으로 성장하게끔 했다. 유쾌하면서 개구진 톰 홀랜드지만 이번 편에서만큼은 '성장'의 아픔 그 자체다. 친구의 성장을 지켜 보면서 뿌듯함과 아쉬움, 기대감을 느끼는 것보다 더 완벽한 교감이 있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역대급 아름다운 MJ 젠데이아 콜먼과 뉴욕의 모습들은 이 영화를 왜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를 여실히 알려 준다. 영화 도중 세명의 스파이더맨이 물건을 주고 받으면서 '잘 던지고 잘 받았다'라고 하는데 아마 이번 작품이 그런 케이스가 아닐런지. 잘 던지고, 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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