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의 성공을 후속편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킹스맨'의 위용은 살아있다. 가상의 첩보조직을 그리면서 S/F적인 요소들이 가득 들어가 있는데다 만화 같은 연출이 킹스맨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역사적 사실을 오밀 조밀하게 배치해서 가상인 걸 알면서도 몰입해서 보게 만드는 효과까지.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기관총의 등장과 함께 쓸모 없어진 근대 보병들이 떼거지로 죽어나가는 참혹한 모습 속에서 주인공이라 여겼던 사내의 멍청이 같은 죽음은 19세기 기사도의 마지막을 보여준다. 때문에 관객은 당황한다. 도대체 저 잘생긴 남자가 아니면 누가 주인공이란 말이지? 시대에 뒤떨어진 올곶은 기사도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젊은 배우보다는 나이 지긋한 멋진 신사를 원톱으로 내세운다.
아들에 대한 복수와 애국심, 정의감을 모두 갖춘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츠)가 킹스맨의 시작이다. (물론, 콜린 파웰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아들의 유지를 이어받아 세계를 똑바로 세우고자 악의 세력인 '목자'와 대립한다. 이 '목자'가 스탈린과 라스푸틴을 조종해 1차대전을 일으킨다는 소설적인 설정이다. 후에 놀라운 정체가 밝혀지는데 이 남자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영국에 반감을 가지고 이 모든 일을 계획했으며 정체가 드러나 목숨을 잃은 후에 이 목자의 의지를 이어받은 이가 히틀러라는 설정까지 남겨 놓는다.
전체적인 흐름이 유쾌하고 킹스맨의 시작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점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액션이 단조롭고,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황당할 만큼의 폭력성도 없어, 평이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다음 작품도 기대 되지만 역사를 만들어내느라 정체성을 많이 포기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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