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이게 이런식의 B급 영화인지를. 심지어 1편인 줄 알고 결제한 2편이니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세상에 속편을 1편에 The만 붙여서 개봉하는 영화가 어디있을까. 그러니 헷갈리지. 그렇지만 전작과 연결고리가 거의 없다고 해서 다행이다. 세계관만 같은 듯 하다. '나쁜 녀석들'처럼 감옥에 갇혀있던 초능력 빌런들이 해방을 위해 가상의 적국을 쳐들어간다는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가면 갈 수록 가관이다. 상륙하자마자 함정에 빠져 갈려나가는 빌런들의 모습은 잔인하고 처연하지만 한 편으로는 실소가 나온다. 이 영화가 19금을 받은 이유가 잔인함인데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심지어 식인까지 나오니 말 다했다.
몸을 분리시키는 능력을 가진 TDK는 떨어진 팔에 사격을 당하면서 죽고, 서번트라는 빌런은 도망치다 목에 달린 폭탄이 터진다. 주인공 같았던 캡틴 부메랑은 헬기를 떨어트리지만 그 헬기 프로펠러에 갈려서 사망한다. 그리고 작전 상황실에서는 이들을 지켜보며 내기돈이 오가는 촌극까지 벌어진다. 아무도 이 작전의 희생 같은 것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던 것. 어쨌건 이들의 희생 덕분에 메인 주인공인 할리퀸 일행은 무사히 적국, 코르토 말테제에 진입하고 여기에 남아있는 괴물 병기를 없애기 위해 전진한다.
코르토에는 외계에서 온 괴물 병기가 있었고 그동안은 친미정권이었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쿠데타로 정권이 뒤집혀서 위험해지자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투입해 이 괴물 병기를 없애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 괴물병기 스타로를 미국이 데려왔고 코르토에서는 인체실험을 해오고 있었으니, 그 치부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 한 미국이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작전은 실패하고 스타로가 풀려나 코르토의 시민들을 파괴하기 시작하자 빌런들은 힘을 모아 스타로를 제압하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허무맹랑한 전개와 과장된 영화적 언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행간에 묻어 있는 냉소가 무척이나 영화를 시크하게 만들고, 그보다 훨씬 시니컬한 빌런들이 영화에 매력을 더한다. 할리퀸을 연기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마고 로비는 그야말로 엄청나서 이 여인을 보고만 있어도 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확실히 다른 DC영화와는 달리 이게 뭐야 하면서 보다가 알 수 없는 재미를 느끼고 끝난 후에는 여운이 남는 요상한 매력이 있다. 마블에 데드풀이 있다면 DC에는 할리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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