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종족 프록스의 식민지가 된 지구. 과거 우주에서 몰려온 이상 물체들을 향해 지구는 한 몸이 되어,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들 - 핵무기를 포함해 - 을 쏘아 올렸다. 1차 공방에서는 패배했지만 아직 지구는 무기가 남아있었고 자유를 위해 희생하려는 수많은 영웅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다른 외계 종족, 프록스들이 찾아와 지구의 적을 격퇴하고 동맹을 맺기를 요구했다. 지구는 외계 종족과의 전쟁의 불확실성보다 우호적인 프록스와의 동맹을 선택했지만 동맹과 동시에 그들은 지구에 구획을 가르고 빠르게 식민지화를 시작했다. 그것이 효율적이고 과학적이라면서.
"우리를 갈라놓기 위해서지. 조그만 조각들로 갈라서 구역마다 고립되도록. 통제하고 제한하기 쉬우니까. 문명을 지으려면 거대한 사회의 힘, 협력, 정보교환이 필요해. 저들은 우리를 묶어 놓고 억누르고 싶었던 거야. 심지어 우리를 후퇴시켰어. 지금은 아마 확실히 우리가 저들보다 못하게 됐을 거다."
사실 지구를 공격한 이들도, 도와준 이들도 모두 프록스였다. 곤충과 같은 집단 지성 문화를 가진 이 외계 종족은 수많은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약탈하는 존재. 지구를 점령한 이들은 그중에서도 다소 탄압적인 성향의 군대였던 것이다.
다름이 아닌 프록스들이 개미를 박멸하려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가설의 적절성을 뒷받침해 줍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 대상을, 그들의 존재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 대상을, 그들의 약점을 찾아낼 수 있게 해 줄 재료를 우리에게서 박탈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해서 프록스들이 강제적인 약탈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조금씩 조금씩 문화를 없애고 식량을 줄여 나가고 위정자들에게 작은 권력을 나눠주며 인간들이 서로를 감시하게 하는 심리전을 능수능란하게 펼치면서 결국 작은 저항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프록스의 식민지가 되고 난 후 80여 년이 지난 지금, 인간들 대부분은 프록스에 길들여져서 무기력한 생활을 하지만 그래도 아주 적은 영웅들, 선각자들은 조금씩 그들을 연구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무력보다는 아주 작은 약점이라도 잡으려는 노력을 하면서.
이 소설은 폴란드의 작가 야누쉬 자이델이 소련에 점령당한 조국을 빗대 그려낸 은유적인 소설이다. 소련군이 폴란드를 점령해서 수많은 자원을 약탈하면서 폴란드를 통치했지만, 식민화가 길어지면서 소련군은 부패하고 타락해, 초반의 점령군처럼 강한 군대를 유지할 수 없었다. 무기력했던 폴란드지만 몇몇 영웅들이 남아있었고 결코 독립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시 45년이라는 긴 세월을 강제 점령당했지만 자유를 잊지 않는 수많은 이들 덕에 끝내 자유를 쟁취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보면 더 좋겠지만 그 사실 없이도 이 소설은 훌륭한 SF 소설이다. 40여 년 전의 소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련된 전개와 끝을 알 수 없는 반전과 서스펜스까지 갖춘 훌륭한 S/F의 롤모델이다. 이 소설에서의 설정은 당장 영화로 차용해도 될 만큼 독창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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