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의 작가라는 사실에 기대했다가 약간은 실망했다. '제노사이드'에서 복합적인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면서 전인류적인 위기를 세밀하게 담아내 인상 깊었고, 13계단 역시 르포 작가 다운 치밀한 취재와 구성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K·N의 비극'은 조금 평이한 편이다. 낙태 수술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와 윤리, 모성보호라는 테마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다. 특유의 치밀한 자료조사를 통해 정신의학을 다루는 점은 꽤 진지했지만, 결국 '유령'이라는 테마로 옮겨진 과정은 올드했다.
반짝 성공했지만 아직 수입이 불투명한 작가 '슈헤이'가 아내 '가나미'에게 중절수술을 권하면서 비극은 시작한다. 다소 슬퍼하기는 했지만 남편의 뜻에 따라 병원을 가지만 갑자기 누군가가 몸에 빙의한 듯이 다른 여자가 되어서 수술을 하지 못하게 되니다. 그녀의 몸에 씐 건 그녀의 어린 시절 친구의 사령. 정신과 의사 이시가와와 슈헤이는 각각 정신의학적으로 초자연적으로 접근해 그녀를 치료하려 한다.
흡입력 있는 문체와 빠른 전개가 이야기에 몰입시키지만 하이라이트인 가나미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갑자기 맥이 확 빠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더니 결국은 유령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없이 약간은 허무하고 도덕적인 결말이 너무나 평이한 스릴러다.
'열수레의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극해’ - 만선에의 욕망 (0) | 2022.06.27 |
---|---|
‘커피 방앗간’ - 지레 짐작으로 써 내려간 횡설소설 (0) | 2022.06.12 |
'그림자로부터의 탈출' - 식민지는 강압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다 (0) | 2022.05.20 |
'2015년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 한강, 눈한송이가 녹는동안 外 (0) | 2022.05.16 |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세지다.' - 매일 업데이트가 필요한 세상 (0) | 2022.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