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만 봐서는 79년에 데뷔해 이런저런 소설들을 내고 상도 한 두 개 받는 등 안정적인 중견작가처럼 보이지만 소위 말하는 ‘글빨’이 보이지는 않는다. 안됐지만 안정적인 교사직을 하면서 어릴 때 꿈꿨던 작가의 흉내를 내는 건 아닌지. ‘커피 방앗간’은 짧은 중단편 일곱 개가 하나의 큰 흐름 안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짜여 있는데 각 단락의 주제가 명확하지 않고 과잉 감정이 실린 문장들은 의미를 알 수 없다. 주인공은 구체적인 가치관의 정립 없이 그때그때 편한 대로 생각하고 목적 없이 행동한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아무나 관찰하는 것이 소설이 될 수 없듯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하고 글을 써 나가야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다. 결국 끝까지 읽지도 못했다. 군더더기가 너무 많고 횡설 수설이 길다. 무엇보다 작가가 겉핥기로 만들어낸 인물들은 전혀 입체적이지 못해 시대에 많이 뒤떨어진 소설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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