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마블의 최대 관심사는 너무나도 방대하게 벌어진 세계관을 어떻게 밀도 있게 재정리하는가인 듯하다.지난 스파이더맨도 그렇고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어벤저스 1기 종료 이후를 이끌어 갈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지난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에서 다른 곳에 존재했던 스파이더맨들을 한데 묶어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스파이더맨에 대한 기억까지도 리셋하더니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아예 판타스틱 4와 X맨들까지도 한데 묶는다. 이쪽은 리셋이라기보다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조금 더 다크 하게 변모시키는데 중점을 둔 듯하다.그 과정에서 우주의 위협이었던 다크 홀드의 소멸도 덤으로 가져간다.
지난 스파이더맨:노웨이홈에서 멀티버스를 건드린 덕분에 전 우주에 균열이 생기고 이 틈을 이용해 각 멀티버스의 괴물들이 지구로 넘어온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어찌어찌 막아내지만 차원을 넘나드는 챠베즈와의 만남으로 세계의 붕괴가 눈앞에 닥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한 편 지구에서의 외로운 삶에 지친 완다는 다른 우주의 행복한 자신의 삶을 뺏으려는 목적으로 크리스틴의 능력을 흡수하려 한다.
이제 질릴만도 한데 마블은 늘 새로운 위협과 영웅의 저항을 참 신선하게 만들어낸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의 마블과 달리 잔인하고 괴기스러운 장면이 많아 깜짝 놀랐다. 특히 후반부 일루미나티와의 전투는 머리가 터져나가고 허리가 잘리는 등 거의 킹스맨에 가까운 수준이다. 마지막, 다크홀드와의 접촉으로 제3의 눈을 뜬 스트레인지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한다.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이제 어느 정도 새로운 세계관의 토대가 완성됐다. 마블은 늘 기대하고 늘 아쉽지만 절대로 실망시키지는 않는다.
한 번 길을 잃었다고 해서, 영원히 잃은 건 아니야.
PS. 마블이 동양계를 쓰는데 재미를 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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