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재벌로부터 압류한 초호화 보트 ‘레이디K’ 가 아이슬란드로 향한다. 압류 주체인 자산관리 위원회의 직원 아이에르는 다쳐서 승선을 못한 선원을 대신해 가족과 함께 이 배를 타게 된다. 선원 4명과 직원 하나. 그리고 그 직원의 아내와 쌍둥이 두 딸까지 8명의 승객이 탄 ‘레이디 K’는 레이캬비크 항구에 도착하지만 모두 사라져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이슬란드의 시크함과 음산한 공기가 묻어 있는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후 사건을 추적하는 현재의 시점과 사건이 발생한 과거의 시점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구성으로 독자를 몰이하게 만든다. 변호사 ‘타라’가 뭔가 단서를 발견하면 장면이 바뀌어 그 단서가 왜 생겨났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어쩌면 완벽한 밀실이라 할 수 있는 레이디K는 원래 소유주인 인플루언서 카리타스, 다리를 다쳐 승선하지 못한 스네이바르, 묘한 분위기의 변호사 조수 벨라, 약간 의심이 가는 아이에르의 부모까지 밀실 바깥쪽에도 촘촘히 용의자들을 배치해서 사건을 훨씬 복잡하게 만든다.
죽은 자가 살아서 돌아오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어쨌거나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밀실에서 한 명씩 죽게 되는 중반부터는 배 쪽은 공포물, 현실 쪽은 추리물로 전환된다. 여기에 도무지 알 수 없는 범인, 동기 – 심지어 초자연적인 현상의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 – 는 사건을 읽는 독자를 아주 구석까지 몰고 간다.
“안 추워. 그냥 피곤해. 엄마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
“나도 그래. 더 이상 여기 있기 싫어.”
아이들은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지었다.
치밀한 앞쪽에 비해 오해와 약간의 탐욕이 섞여서 만들어진 우연의 산물이라는 결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독특한 추리소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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