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을 잃지 않고 생활하려면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환경이 절대적이다.
이를테면 귀 옆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 말이다.
어쩌면 모든 것은 횟수의 문제다.
얼마나 자주 무수히 일어나는 불편한 사건들 속에서
자신을 위안할 수 있는 평안함에 놓일 수 있는가에 대한 대안
누구나 한 번쯤은 자연의 삶을 꿈꾼다. 궂이 소로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원주택 지어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진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란 어렵지 않다. 물론 ‘난 도시 떠나면 죽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연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농촌의 불편함을 꺼리는 차원의 문제다. 그리고 생계 문제도 있고..
그래서 평범한 직장인이 수도권 변방에서 사는 일은 드물다. 아무래도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작가, 아티스트 같은 프리랜서 직군들이 더 외곽에서 살게 되는 듯하다.. 집은 싸고 자연은 가까우며 창작 환경은 더 좋을 테니.. 노석미 작가 역시 그런 삶을 꿈꾸었다. 물론 돈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있었지만 팔십 퍼센트 이상은 본인이 선택한 삶이다. 불편하지만 자연과 같이 지낼 수 있는.
가평에 이어 포천으로, 동두천을 거쳐 청운면에 이르기까지 10여년간 서울 외곽으로만 3번의 이사와 4개의 집을 거친 작가의 이야기는 차분하고 덤덤하지만 그만큼 자연스러운 이야기다. 이벤트도 없고 특별함도 없는 그냥 조용한 삶.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살아간다. 물 흐르듯, 조용히. 그렇지만 그 안에는 전원의 삶이라는 모험이 옥수수차처럼 담겨 있으니, 적어도 정수기 물보다는 달짝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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