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론이 나오고 나서 요즘의 사람들은 행복, 그것도 당장의 현실적인 행복을 추구한다고들 한다. 거기에 더해 행복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 맛집에 간 걸 인스타에 남기는 것, 멋진 자동차를 타는 것, 제주도에서 한 달 사는 것 등등. 조금 진지한 사람이라면 가족의 행복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인간에게 행복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관념적인 주제다. 모두가 행복을 원하지만 정확히 어떤 게 행복인지 모른다는 사실. 이 책은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 괴짜 기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행복 탐색이야말로 불행의 중요 원인 중 하나다. 그건 괜찮다. 난 이미 불행하니까. 밑져야 본전이다.
말투에서 빌 브라이슨이 느껴진다는 건 이 기자가 어느정도는 까칠하고, 불평불만 투성이인데다가 멋지지 못한 중년의 아저씨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이 남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곳에 살면 내 인생이 지금보다 행복해질까”. 이 미국인 기자는 적당히 불행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행복을 찾아서 떠난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의 나라, 아이슬란드, 스웨덴, 인도, 부탄, 카타르, 몰도바로...
어느 정도까지는 약간의 돈으로 많은 행복을 살 수 있다. 문제는 부탄이 아직 그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나라는 아직도 행복도/소득 그래프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단계에 있다. 사회과학자들의 말이 옳다면, 부탄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을 더 주는 것이다. 연간 소득이 적어도 1만 5000달러가 될 때까지.
이렇게 세계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좋은 점만을 보면 좋겠지만, 이 불평 많은 기자는 예의 그 까칠함으로 행복 뒤에 숨겨진 불편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예를 들면 가장 먼저 행복의 나라로 알려진 부탄은 너무나 가난하고 그 가난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부탄의 행복 지수(이걸 부탄이 처음 만든 개념이라니 놀랍다)는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최근 급격히 나빠지고 있으며 그건 SNS로 다른 나라와의 비교가 가능해진 이후부터라고 말한다.
라루스는 아이슬란드에서는 순진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도 그랬다. 네 번이나.
“블랙홀에 떨어지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블랙홀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언제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이 갖춰진 아이슬란드 같은 곳은 어떨까. 이곳은 엄청나게 자유롭고 문화는 반짝반짝 빛난다. 실패하는 것에 대해 용인하는 사회문화는 이곳의 실업률을 엄청나게 낮춰주고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럼에도 아이슬란드는 너무 작은 나라여서, 또 나쁜 날씨를 가지고 있는 나라여서 우울함을 가지고 있다. 행복과 우울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곳. 그곳이 아이슬란드다. 그래서 이나라 사람들은 술독에 빠져 있다.
결국은 집으로 돌아오게 마련이죠. 자기가 사는 곳이 거기니까.
이렇게 10개가 넘는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행복을 찾는 여행은 마치 선문답처럼 집에서 끝이 난다. 그렇다. 결국은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 여행에서 각 나라가 행복한 이유, 그리고 그들 속에도 나와 같은 일상이 있으며 그건 불행을 동시에 주기도 한다는 걸 알기만 해도 이 책은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냥 행복할 수 있을 때 행복하면 될 일이다. 파랑새는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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