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공룡이 나오면 그게 무슨 영화건 기본은 한다. 태초에 인간보다 먼저 있었던 역사상 최강의 동물은 존재만으로 매력을 가진다. 여기에 인간의 과학으로 되살려내는 과거,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작은 심판, 일부 선구자의 도덕으로 인한 세상의 구원은 늘 헐리우드를 통해 인간의 우월함을 입증하는 도구로 쓰이곤 한다. 주라기 월드는 시리즈의 어느 시점이건 이 공식을 잊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가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이유는 인간의 과학기술에 대한 도덕적 경계선을 사색할 수 있는 계기를 주기 때문이다. 과연 생명체의 복제는 무조건 문제일까. 인간의 멸종을 막기 위한 식용 돼지의 복제가 즐거움을 위한 공룡의 복제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까닭은 무엇인지, 이 오락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다.
It all started here
뿐만 아니라 수십년간 내려온 주라기 월드의 헤리티지는 어른에게는 옛날 생각을, 아이에게는 유서깊은 시리즈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볼 기회를 준다. 긴 역사만큼 옛날 캐릭터의 지금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처럼 되어 버렸는데 어쩌면 영화조차도 올드 매체로 넘어가 버려서가 아닌지 씁쓸하다. 지금 예능에서 3~40대가 맹활약하는 이유는 20대 스타는 유투브 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렇게 영화도 슬슬 옛 추억을 파먹으려 하는 건 아닐는지.
전편에서 탈출한 공룡들이 전 세계에 퍼져 문제를 일으키는 시대. 공룡은 인간과 함께 있지만 아직 공존이라는 개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전편에서 함께 탈출한 메이지는 추적자들을 피해 산속에 숨어 살고 있다. 그리고 왜인지 거대 메뚜기가 전 세계의 농장을 습격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공룡 복제기술을 이용해 메뚜기를 만들고 자신들의 비료를 사용하는 농장을 사용하려는 바이오신의 음모다.(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웬만한 전쟁보다 더 현실성 가득한 이야기다.) 그러나 기술은 실패하고 보다 완벽한 기술 이식을 위해 복제의 최고 결과물인 메이지를 납치한다. 당연히 메이지를 보호하는 오웬과 클레어는 이를 추격한다.
어마어마한 공룡 추격씬도 대단하지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신구세대가 결국 한 장소에서 모여 모험을 마무리짓는 모습은 정말 울컥한다. 결말에서 모든 공룡이 인간과 어울려 사는 그야말로 유토피아를 보여 주는데, 이렇게 시리즈가 끝난다면 정말 아름다운 시리즈로 영원히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애매하게 다시 리부트 시키는 일 따위는 없었으면)
PS. 메이지 역할의 이사벨라 서먼이 너무 예뻐서 팔로우했는데, 아직 미성년이라 계정이 없는지 팬사이트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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