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야쿠자에서 일하면서 방황하는 삶을 보냈지만, 이젠 깨끗하게 손을 씻고 가정을 꾸린 무카이에게 15년 전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편지가 온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가정을 파괴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당신은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이겠다는 약속을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의 과거를 가족에게 숨기기 위해 기꺼이 그 약속을 지킬 거라고 믿어요.
뭘 그렇게 망설이나요? 생판 남인데. 그것도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남자들이에요.
그들의 목숨과 자신의 행복 그리고 딸의 신변, 어느 쪽 가치가 더 무거운지는
저울에 달아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잖아요.
작은 다툼으로 야쿠자로부터 쫒기던 무카이는 우연히 만난 성폭행 살인 피해자의 어머니, 노부코와 약속을 하게 된다. 노부코는 무카이가 새 출발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줄 테니 살인범들이 출소하면 그들을 꼭 죽여달라고 한다. 어차피 암으로 인해 시한부인 삶을 사는 노부코, 죽어도 싼 범죄를 저지른 두 명의 범인. 게다가 그들은 언제 출소할 지도 모르고 약속을 지키더라도 연관관계가 없는 무카이가 경찰에 잡히기는 쉽지 않다. 무카이는 고민 끝에 약속을 지키기로 하고 5백만 엔과 함께 새 출발을 한다.
하지만 15년의 세월이 지나 무카이가 그 일을 잊을 때쯤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편지가 도착한다. 노부코가 살아 있을 리는 없고, 누가 그 일을 대신하게 하는 걸까. 누가 무카이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으며 15년 전의 그 은밀한 약속을 알고 있는 것일까.
범인은 함께 동업을 하고 있던 오치아이. 15년 동안 함께 가게를 꾸려온 사장이다. 무카이가 좀도둑질을 하던 시절 우연찮게 한 여인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다녀온 일이 있다. 그 여자는 세 살배기 아들을 남겨 두고 자살을 하게 되는데 그 여자의 남자 친구였던 오치아이가 끈질긴 추격으로 무카이를 찾아냈던 것이다. 자신과 똑같이 행복의 끝에서 몰락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던 것이지만 진실은 무카이가 들어갔던 오치아이의 연인 히데미가 집에서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숨어있던 무카이가 그 일을 보게 된 것이다. 당시 현장 지문으로 무카이가 범인으로 지목됐지만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면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지 않은 것이다. 당시 세 살배기였던 고헤이까지 오치아이에게 합류해 무카이를 협박해 왔던 것이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노부코의 복수는 오치아이가 하게 되고 오치아이는 무카이를 용서하는 해피엔딩이다.
어둡고 쓸쓸한 스토리이지만 빠른 리듬감과 냉정한 주인공의 관점 덕분에 통속적이거나 신파로 빠져들지 않는 소설이다. 감정을 억제하면서도 스릴러가 주는 호기심의 텐션을 끝까지 잘 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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