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백설공주 트릴로지 – 피처럼 붉다/눈처럼 희다/흑단처럼 검다

슬슬살살 2022. 8. 31. 22:11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를 뜻하는 루미키를 이름으로 쓰는 17세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어드벤처 스릴러 3부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북유럽 스릴러는 꽤 인기가 있는 편인데 아무래도 긴긴밤을 가진 국가들이어서인지 전반적으로 음울하고 퇴폐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그녀가 쓰는 샴푸와 비누에는 향기가 없었다.
알레르기나 민감한 피부 때문이 아니라, 단지 아무 냄새도 풍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인 루미키는 그 누구보다 강하고, 독립적인 소녀이지만 내성적이고 주변과 관계를 맺기를 꺼린다. 어린시절의 왕따와 비밀스러운 사건(3부의 주제이다) 때문에 약간 음울한 성격이 되었지만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놀라운 관찰력과 냉정한 자기 판단을 내리는 멋진 여성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소설의 주인공보다도 가장 올바른 방식의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1부 피처럼 붉다에서는 친구 엘리사의 집으로 배달 된 3만 달러 때문에 벌어진 일을 담고 있다. 경찰인 엘리사의 아빠와 마약조직의 커넥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와 함께 루미키의 멋진 데뷔를 보여준다. 사이비 종교와 배다른 언니 젤렌카가 등장하는 2, 헤어진 연인과 스토커가 등장하는 3부까지 읽다 보면 어느새 핀란드의 멋진 여고생을 동경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동화 작가이기도 한 작가의 전력 답게 이 3부작은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는 기분을 들게 해주는 멋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