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학하면 서유기나 삼국지, 의천도룡기 정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아Q정전을 얘기한다면 그나마 꽤 문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하겠다. 도서관 중국 문학 코너에서 마땅히 손이 가는 책이 없는 걸 보면 중국문학의 인기 없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문화권은 더 이질적인 러시아의 문학이 나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걸 생각하면 이념의 차이도 아닌 듯하다.. 추정을 해 본다면 근대화를 거치면서 많은 문학적 뿌리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문학이란 건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난 천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충분히 토양이 쌓인 후에 천재가 업그레이드시키면서 발전하는 건데 토양이 없으니 천재가 나와도 싹을 피워보지 못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기반에 통제 중심의 사회분위기는 작가에게 끊임없는 자기 검열을 요구하게 한다.
아직도 중국엔 문명이 소박하게 원시적 숨을 쉬고 있는 거짓말 같은 땅들이 있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동물과 인간의 정신적 공생관계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늑대와 말, 쏙독새와 비둘기, 순록과 개형 잉어는 신화적 세계와 분리되지 않은 채 사람들의 삶에 내려앉기도 하고, 너무나도 명징한 의식주 속 세계의 징표로 다뤄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중국에서 작은 씨앗처럼 태어난 소중한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늑대는 나란히 간다’와 함께 9개의 작품이 실려 있는 이 책에는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독특하게도 대부분의 수록작이 동물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워낙 검열이 심하다 보니 직접적인 지적을 받을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우화로 변형해서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또 한 가지,, 여전히 중국이라는 나라는 지역별로 삶의 절대적 수준이 많이 차이가 나는 걸 알 수 있다. 6~70년대 시골인 줄 알고 읽다가 도중에 등장하는 핸드폰과 같은 문물 때문에 놀란 적도 있다.
비교적 은유와 상징이 함축적이고 풍자적인 요소가 많아 과거 중국문학의 뿌리가 그 와중에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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