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 따뜻한 제3의 관찰자

슬슬살살 2022. 10. 14. 21:20
‘모바일로 간편해야’ ‘편리한 스마트금융 MG 스마트 알림.’ 기계 전면 터치스크린 속 은행 광고의 화면이 계속 변했다. 앱 뱅킹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사람들은 천 원짜리 열 개를 ATM에 넣다가 기계가 고장 나기도 하는 부산 어딘가의 세상을 알까.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나 할까.

 

한국인의 70퍼센트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그 중 주인공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철저하게 소외되고 황폐해진 도시 속에서 박찬용은 조연임을 쿨하게 인정한다. 그러면서 똑같이 조연인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고 탐구하면서 주인공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삶을 해 나갈 수 있음을 믿는다. 박찬용의 눈에 비친 도시는 삭막함 속에서도 나름의 이유를 가진 힙스터와 투박한 보통사람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구석구석 삭막한 안내문과 촌스러운 간판들조차 그의 시선에서는 타당한 이유를 가진 영역으로 조명된다. ATM 기계 위 붙어 있는 안내문 속에서 서울의 마지막 남은 시골 국밥집의 정서를 읽어내는 세심함은 이 책을 탄탄하게 만드는 힘이다. 힙함을 과시하는 수많은 에세이 속에서 아무 꾸밈없이도 이렇게 빛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근래 보기 힘든 에세이다.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의 인스타를 팔로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