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개별적 자아 – 봉태규의 수다

슬슬살살 2023. 2. 26. 11:31

봉태규는 유명 배우다. 81년생으로 나와는 고작 1살 차이이지만 내가 한창 군대에서 뺑이를 치던 22천 년에 그는 데뷔했고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작품운은 없어서 스타가 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활동에 비해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꾸준히 지켜내 왔고 작년에 와서야 <펜트하우스>로 빛을 받았다.

 

서태지를 좋아하는 점을 빼고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글 속의 인간 봉태규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적어도 갓 아빠가 된 봉태규는 이 에세이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쪼잔함, 경박함, 두려움, 무탈한 삶에 대한 감사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무탈하게 학교를 나오고 꽤 괜찮은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언제 끝장이 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40대 남성이라면 누구나 저런 고민들에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반대쪽에는 자리한 행복의 성향 또한 비슷하다. 아이에 대한 감사,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지만 아직은 아가씨일 때의 모습이 남아있는 아내, 계절의 변화, 가뭄에 콩나듯 얻어낸 나만의 시간에 즐기는 작은 여유의 고마움까지.

 

개별적 자아는 이런 소소한 고민과 행복을 특유의 느긋한 제3의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배우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삼십 대 후반, 사십대 초반의 남성에게서 느끼는 동질감은 잠깐 기분 좋은 친구와 수다를 떤 것처럼 기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