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썬데이 서울 200권에 연재 될 만한 추리 르뽀~

 

초등학교 5학년때쯤 집 근처에 있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깍다가 처음 발견한 어른들의 잡지(?)가 바로 썬데이 서울이라는 잡지였습니다. 원래 이름은 '선데이'지만 '썬데이'란 발음이 주는 야릇함이 있지요. 뭐 어찌 됐건 그 시절에는 어린 마음에 신세계를 발견해서 한동안 머리를 그곳에서만 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썬데이 서울'하면 야한(?) 잡지라는 생각이 있지만 실은 '르뽀' 전문 잡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거의 매 회 표지에는 충격르뽀!? 라는 제목 아래 '호텔 밀회 국회의원 현장들킨 내막'같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 달려있곤 했었지요..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는 바로 그런 르뽀 추리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4가족이 살해된 사건을 중심으로 범인이 검거되어 수사가 끝난 상태에서 작가는 르뽀 형식을 빌려 우리에게 담담하게 전달합니다. 살해된 4명은 알고보니 전혀 모른는 사람들인데 그렇게 된 이유와 원인을 범인이나 범행의 묘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관계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전달하는 형태로 600여 페이지를 끌어갑니다. 마치 신문 스크랩을 읽는 기분인데 이렇게 쓴 작가의 의도를 독서 중에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체'를 통해서 현실을 파악한다. 텔레비전 화면으로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혹은 신문이나 잡지를 읽고, 지금 이 나라에서,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정보를 얻고 있다. 육안으로 보고, 제 발로 다니며 겪고, 손으로 만져서 느끼는 정보의 양은 '매체'가 가져다 주는 그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일하고, 즐기고, 아이키우고, 환자를 돌보고, 공부하는 등 자기 생활 속에서 나름대고 땀 흘리며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범위 안에는 약해 에이즈 소송도, 대장성 관료의 부정행위도, 환경 보호단체가 그물을 자르고 놓아준 돌고래 떼도, 귀가하는 여학생을 납치한 위조 넘버 밴 차량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런 사실들을 뉴스로 전해들을 수는 있다. 사실을 알면 분노하고 슬퍼하고 걱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보도'란 바로 그것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능이라고, '보도'종사자들은 말할 지도 모른다.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매체'가 발달한 현대는, 텔레비전 앞에 30분만 앉아 있어도 보통 사람이 평범하게 평생을 살면서 들 을수 있는 정보보다

수십 배나 많은 양의 정보를 그 자리에서 얻을 수 있제 되어 버렸다. 여기서 난해한 문제가 하나 생겨난다. '현실' 혹은 '사실'이란 무엇이냐 하는 문제다. 무엇이 '리얼리티'이고 무엇이 '버추얼 리얼리티'인가. 양자를 가르는 벽은 무엇일까. 본다면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일까?

<본문 중에서..> 

 

 이렇게 이 소설은 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들어 놓습니다. 물론 진실이 아님을 알지만 읽을 수록 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것이지요.어차피 사건을 대하는 사람은 시합 이후의 평론가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 관계자(?)의 범위가 너무 방대해 약 1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살인이 일어난 아파트의 관리인부터 입주민 들 등 다양한 집단의 인터뷰를 보여주는데 해당 인물들의 주변을 묘사하면서 일본의 가족해체, 부동산 버블, 황혼이혼 등의 문제들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사건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방사선을 그어 나가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그 방사선 중 한 개의 끝자락부터 방사선의 중심으로 출발하는 셈입니다. 중심으로 향하는 이정표들이 바로 인터뷰를 하는 사건 관계자들이 되는 셈이지요..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강력한 추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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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청어람미디어 | 2005-12-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120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유』는 '일가족 4인 살인사...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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