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과 이어지는 것은 없지만 오로지 디지털 매체의 화면만을 이용한다는 특징때문에 서치는 이제 하나의 장르로 봐야 할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의 진보를 시리즈로 남긴다면 바로 이 영화다.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아나가는 과정 속에서 대행 서비스 플랫폼, 우버, CCTV 관리, 번역, 채팅, 페이스타임, 온라인 결제, 비밀번호 찾기 등등 온갖 디지털 수단들을 활용하는데 그 하나하나가 현재의 우리 삶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이고 감성적이다. 예상치 못한 진범이 나타나고 위기를 이겨내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플롯은 구태하지만 유려한 그래픽의 애플 화면은 영화 내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차가운 디지털의 영역에서 디자인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는 영화다. 또한 채팅에서 머뭇거리는 순간, 커서의 깜빡임까지 연기한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내내 관객은 제3자가 아니라 주인공의 건너편에서 마주 앉아 그녀의 표정을 대형 화면으로 보기 때문에 도저히 이입이 안될 수가 없다.
마지막 채팅창 옆에서 보이는 스패니쉬, 다른 앱 아이콘들로 주인공의 결말을 보여주는 부분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제 스스로의 정체성은 사용하는 앱으로 증명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닐까. 아름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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