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세자의 의문사는 조선시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미스터리 하고 의구심이 많은 사건이다. 청국에 볼모로 잡혀갔다 귀국한 일국의 세자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한 줄의 기록이 전부인지라 많은 이들에게 오만가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물론, 비극적인 일이지만 창작자에게는 매력적인 이슈다. 올빼미는 소현세자의 이 비극적 사건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흡입력 강한 역사적 토대 위에 주맹증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 강력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시시각각 반전 요소를 곳곳에 집어넣어 갈등 구조가 실시간으로 변한다. 영화 중반까지는 관객들이 범인을 궁금해 하지만 어느 시점을 분기로 이야기의 방향 자체가 알 수 없게 되어버려 끝까지 스릴을 잃지 않는다.
독선적이면서 끊임없이 권력을 탐하는 인조 역할의 유해진 배우의 연기는 코믹한 역할을 주로 보아왔던 이들에게는 낯설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을 뿐 아니라 훌륭하다. 그가 연기한 광기 어린 군주의 모습에는 '권력에의 탐욕', '내가 나라를 위한다는 아집',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요함'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이 모든 것이 추악한 군주란 이런 것이라는 모습의 결정판이다. 반면 관객들은 주맹증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외 모든 면에서 뛰어난 경수(류준열)의 보이지 않는 눈이 되어 이 모든 사건을 훑어 나간다. 특히 '낮에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이 관객만이 보는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그 공포감이 상당하다. 특히나 소현세자의 죽음 장면은 그 어떤 공포물보다 강렬하다. 역시나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영화 삼매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퍼스트 슬램덩크 - 다시 한 번 돌아온 ‘농구가 하고 싶어요’ (0) | 2023.02.27 |
---|---|
아바타: 물의 길 – 기술이 보여주는 영화의 미래 (0) | 2023.02.25 |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 영광의 날들은 가고 (0) | 2023.01.15 |
'정직한 후보 2' - 거짓말에 대하여 (0) | 2023.01.10 |
‘수리남’ - 악의 한 복판에서 (0) | 2022.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