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은 기술로 만들어낸 영화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이면서 작품적인 면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2009년에 세워진 그 기록이 이번 속편으로 깨어질 것을 기대해 봤지만 아쉽게도 넘지 못했다. OTT로 인해 쪼그라든 영화시장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전작 ‘아바타’가 1위 자리에서 버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1313년 전의 아바타를 놀랍도록 뛰어넘었을 텐데 흥행은 그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이 아무리 올라왔어도 3D는 아직 익숙치 않은 환경임에는 확실하다. 처음에는 탄성을 자아내지만 2D에 비해 부족한 색감, 긴 러닝타임이 주는 피로도는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흐린다. 이 한계가 영화적인 흐름과 서사, 아름다운 색채가 주는 감동을 현저하게 떨어트렸다. 영화적인 재미는 확실히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인과 아메리칸 원주민의 서사를 담고 있었던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폴리네시안의 이동을 녹여냈다. 폴리네시안이 하와이 군도까지 이주했으니 아바타는 곧 미국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후속작들이 계속해서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서부개척시대, 남북전쟁과 같은 미국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아바타끼리의 전쟁 같은 비극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전작이 침입자와 원주민의 대립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이번에는 가족, 종족간의 갈등을 더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아바타 사이에서 성장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빚고 있는 스파이더라던지, 소중한 가족을 잃는 장면, 같은 아바타지만 문화적, 외형적으로 다른 종족 간의 갈등은 전작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갈등을 긴 호흡으로 다루고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끌고 가는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 영화를 본 사람마다 기억하는 장면이나 스토리가 조금씩 다를지도.
다소 실망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21세기에 가장 위대한 시리즈라는 것은 결코 변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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