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스포일러 있음-
3년만에 쓴 장편소설이어서, 암투병중에 쓴 소설이어서, 오랜만의 현대 소설이어서, 두달만에 탈고한 소설이어서...
그리고 최인호의 소설이어서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습니다.
'낮익다'와 '타인'
'낮익다'라는 말과 '타인'이라는 말은 같이 사용 될 수 없는 말입니다. 낮선 사람을 의미하는 '타인'이 낮익을리가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역설적인 제목속에 이 책의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 K(이 책에서는 모든 등장 인물이 이니셜로 표현됩니다. 친구 H, 누나JS 등)는 어느날 늘 익숙하던 것들에게서 낮선 느낌을 받습니다.
시체처럼 차가운 아내, 자기를 물어버리는 애완견, 심드렁한 아이 등등, 말그대로 낮익은 타인인 것이지요.
서스펜스 같은 성장소설(?)
어떤 음모가 숨어 있고, 그것을 추적하는 서스펜스처럼 이 소설은 전개됩니다.
왜 낮설까. 누구의 음모는 아닌걸까. 계속해서 나타나는 감시자 같은 사람들.
모든것이 완벽하게 바뀌었지만 사소한 실수들..(스킨 같은 소소한 기호품들)
어떤 음모가 숨어있고 왜 바뀌었으며 이 혼란함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지만 그렇게 출발했다고 해서 그렇게 끝난다면 이 책은 수만 종의 서스펜스 소설과 다를바 없는 소설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성장소설로 보고 싶습니다.
K는 진실에 계속 접근해 가지만 그 사실을 대하는 자세는 여느 주인공과 다릅니다.
본인의 일이기에 진실을 파헤치지만 감정없는 로보트처럼 무딘 감정으로 사건을 대합니다. 오로지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처럼 말이죠..
두명의 자아. 나 자신을 찾아라.
K는 추적 끝에 주변이 바뀐것이 아니라 본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본인이 가짜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K는 어디 있을까. 진짜 K, 즉 K1은 K2(가짜K)와는 정반대인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평행 우주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과는 다릅니다. K1과 K2가 만나서 온전한 K가 되는 것으로.. 그리고 그간 자신을 괴롭혔던
낮익은 타인들로부터 이별을 하면서 이 소설은 끝이 납니다.
어렵게 느껴진 소설입니다. 명확한 줄거리와 결말에 익숙해진 저에게 이런 식의 비유와 상징은 사실 버겁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인 K2 또는 K1은 하나가 되어 완전한 K가 됩니다.
출근하는 에스칼레이터에서 수많은 낮익은 타인들과 이별을 하게 됩니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주변의 것들입니다. 내 아내의 남편으로서, 내 강아지의 주인으로서, 내 친구의 친구로서만 존재를 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나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것들과 이별하여 본인의 내면과 정면으로 마주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이상 '나'는 언제나 둘 또는 셋. 그 이상일 수 밖에 없으며 어느날 갑자기 진짜 내가 누구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반전이 있는 스릴러가 아닌 삶을 고찰하게 하는 책입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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