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 A wolk in the woods
빌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빌 브라이슨의 트래킹 여행기입니다.
이 책을 읽은 장소는 서울에서 산청으로 출장가는 차안..
이 책을 읽은 시점은 지리산 종주 출발 3일전..
이 팩 전에 읽었던 책은 김정운 교수의 <노는만큼 성공한다>..
정말 좋은 타이밍에 좋은 책을 접했습니다.
지난 <발칙한 유럽산책> 이후 빌 아저씨에게 푸~욱 빠져버리고 말았는데요..(☞ '발칙한 유럽산책' 바로가기)
이번에는 미국여행입니다. 그것도 그냥 여행이 아닌 트래킹이라는 여행인데, 일종의 도보여행쯤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이라는 코스인데 길이 3,360km로 미 동부 해안을 따라 나있는 일종의 산맥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백두대간 종주와 비슷합니다.
길도 길이지만 코스가 너무 길고 중간중간 쉴곳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인지 종주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라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6개월 이상 걸리는 장거리 코스인데다, 야생동물, 자연재해(사막부터 빙산, 폭우, 폭설까지..)
마지막으로 인간까지(실제로 작가가 통과한지 한달만에 젊은 여성 둘이 살해 당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오른쪽의 그림이 바로 애팔래치아 트래킹 지도입니다.
엄청난 길이지요?
지도가 이럴진대 실제 코스야 오죽하겠냐마는 저희는 빌과 같은 작가덕분에
그 길을 가지 않고도 간것처럼, 가고 싶어 하도록 느낄 수 있습니다.
빌은 어릴적 친구인 카츠(유럽여행도 동행했던..)와 트레일을 출발합니다.
단순히 걸으면서 지형과 볼거리를 소개하는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의 준비부터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 감흥..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이야기 하듯이 풀어내는데 도대체 어떤식으로 글을 쓰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외우는건 아닐테고 녹음을 하는 걸까요?
어쨌든, 여행의 출발은 순조로왔습니다.
그러나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텐트조차 제대로 못치는 이 초짜 산악인들은
물건 잃어버리기, 의욕에 앞선 페이스 오버, 굶주림, 추위, 중도 포기유혹까지 1주일간 갖은 고생을 합니다.
나중에는 왜 걷는지, 과연 포기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까지 들기 시작하지요.
이 트래킹은 체력이 받혀준다고 가능한 만만한 코스는 아닙니다.
곰과 같은 야생동물과 질병, 천지재해는 제껴두고라도
3600km의 거리안에는 ,500m이상의 봉우리가 350개나 됩니다.
그냥 걷는 것도 아닌 먹을 것들과 옷가지, 텐트 등 모든것을 짊어져야 하기에 18kg정도를 항상 짊어져야 합니다.
매년 2천여명이 출발하지만 종주에 성공하는 사람은 10%도 안된다고 합니다. 절반은 전체길이의 1/3도 통과못하고 1/4는 주경계를 벗어나지도 못합니다. 무엇보다 20%가 등반 첫주에 포기한다고 하니 정말 무지막지한 일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재미있는 일은 미국의 등산객들도 우리와 똑같은데, 최첨단 장비를 자랑하는 사람들부터, 잘난척 하는 인간들, 위성항법장치같은 첨단제품으로 도배를 하고는 정작 버너에 불도 못지피는 젊은이들까지.. 정말 모든 사람은 똑같은가 봅니다.
숲에서 여행을 하면서 빌은 고독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두려워 합니다.
숲은 여느 공간과 다르다. 무엇보다도 입체적이다. 나무들이 당신을 에워싸고 위에서 짓누르며 모든 방향에서 압박한다. 경치를 가로막고 당신이 어디 있는지 분간하지 못하도록 한다. 당신을 왜소하고 혼란스럽고 취약하게 해 놓은 다음, 마치 낯선 사람등의 무수한 다리사이에서 길을 잃은 아이가 된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사막이나 초원에 서면 광활한 공간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반면, 숲에 서면 당신은 오직 그걸 감지하는게 고작이다. 숲은 거대하면서 특징 없는, 게다가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들은 살아있다. (75P)
숲과 트래킹 얘기뿐 아니라 지나가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일을 제대로 하기는 커녕 숲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내쫒는 산림청에 대한 비난, 애팔레치아 트래킹 코스의 역사와 위대함, 댐과 멸종되어가는 동식물들과 그 이유, 탄광과 석탄산업의 종말,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개발의 중요성까지...
이 부분은 저도 매우 공감하는데 개발과 보호 두가지로만 구분되는 미국식 보호가 아닌 자연과의 조화에 따른 개발이 필요 한 것입니다.
무조건 케이블카를 놓고 다리를 놓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라는 측면을 두고 고려 해야 할 것입니다.
<자료사진 아닙니다. 진짜 애팔레치아 트래킹 사진입니다>
무거운 얘기뿐 아니라 거기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친구 카츠에 대한 연민과 우정까지 녹여내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딱딱하거나 감성적이 아닌 정말 유쾌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현대판 마크트웨인이라는 별명이 왜 붙여졌는지 알 것 같습니다. )
어찌 됐건, 빌과 카츠는 종주를하지는 못합니다. 고작 절반도 못간 상태에서 트래킹을 접고
후에 시간이 날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전진합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목적지를 밟지는 못합니다. 그리고는 유쾌하게 말합니다.
우리는 3천520킬로미터를 다 걷지 못한게 사실이지만, 여기에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린 시도했다. 카츠의 말이 옳았다. 누가뭐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우린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또는 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는 이번주에 가게 될 지리산 종주가 더욱 기대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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