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
주제 사라마구
2008년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대히트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원작 열풍이라는 단어가 몇번 들리게 하는 정도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바로 포르투갈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동명 소설이 그 원작입니다.
책의 줄거리는 영화의 내용과 똑같은데요,
어느날 갑자기 전염병처럼 사람들이 실명하게 되고 오로지 한 여자만 눈이 멀지 않습니다.
그 여자를 비롯, 처음 눈이 먼 집단들은 격리 수용 되고 그 안에서 살인, 강간, 방화를 비롯한 최악의 상황들을 겪다 겨우 탈출합니다.
그러나 이미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어 인간의 존엄성은 찾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데에나 똥을 싸고, 식료품을 찾아 헤메이며, 집을 찾지도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살아갑니다.
모두 눈이 멀지 않은 여인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하나 둘씩 눈을 뜨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실명 전염병과 함께 식량을 찾는 일과 배변문제를 상당히 자주 다룹니다.
작가는 배변을 인간답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이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요인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화장실을 찾는 일도, 닦는일도 불가능 합니다.)
누군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수세식 화장실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로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는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함께 20세기 세계 문학 거장이라는 말과 환상적 리얼리즘의 대가라는 표현이 붙어있습니다. (마르케스는 백년동안의 고독을 쓴 작가이며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라고도 하지요)
책의 내용만 봐서는 일종의 재난 소설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특정 상황에 놓여진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치밀하게 악한 본성을 그려냅니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주인공격인 여자만이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고
그녀가 주위의 눈먼 동료들을 선하게 이끈다는 점에서 인간이 선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존엄이 지켜질 때 이거나, 혹은 존엄한 인간이 이끄는 때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노벨성 수상작 답게 읽기가 꽤 어려운데,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띄어쓰기와 단락의 맺고 끊음을 하지 않는 작가의 필체가
계속해서 글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에 다소 피곤합니다.
끝으로 T바이러스로 대표되는 좀비, 전염병, 괴물, 재난, 전쟁, 외계인 등 수많은 가상의 고통을 접해보았지만
눈이 머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았다면 반드시 봐야 할 책이며, 보지 않았다면 영화와 함께 보는 편이 이해가 쉬울만한 책입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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