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독립투사의 가족들은 대한민국의 존경을 받으며 살고 있을까.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답은 그렇지 않다 인것 같습니다.
해방 이후 곧 들이닥친 남북분단은 독립운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을 공산주의자와 민주주의자로 재분류 하면서 친일청산의 과정은 뒤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일청산의 과정 없이 상대적으로 독립투사의 가족들은 전쟁에 휘말렸고
그 이후에도 독립운동에 대한 국가의 감사가 개입되지 않으면서 남은것은 가난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독립운동가 중 석주 이상룡 선생님의 손자며느리 되시는 허은 여사가 90세가 되던 해에 구술한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입니다.
석주 이상룡 선생은 안중근, 윤봉길 같은 이름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임시정부에도 국무령(지금의 국무총리 격)으로 참여 하였을 만큼 만주, 서간도 지역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분입니다.
허은 여사의 집안 역시 유명한 의병집안입니다. 모든 독립운동가의 가계가 그렇듯 허은 여사와 그 가족은 일본을 핍박을 피해 서간도로 망명합니다.
허은 여사는 어린시절, 그렇게 만주에서 고생고생을 하면서 성장 하다가 2,800리 떨어진 또다른 독립운동가의 집안으로 시집을 가는데 그곳이 바로 석주 이상룡 선생의 가문입니다. 석주선생 타계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해방을 맞고 6.25전쟁까지 치루게 됩니다.
독립운동가의 위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들을 실제 가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아직까지도 그렇게 고생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옛날 일이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라는 이유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입니다.
빠른 시일 이내에 과거 청산과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에게 정당한 보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후손들이 계속되는 가난으로 친일한 사람들의 후손보다 교육을 받지 못해 더욱 가난해 진다는 사실은 슬프고 창피한 일입니다.
책을 읽어보니 독립운동가들은 나라를 위해서는 구국의 영웅이었을지 몰라도 가정에 있어서는 빵점자리 가장들이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평화로운 시절에는 힘든일 안하고 살던 양반들이 일제에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한다고 돌아다니니 가정에 신경을 쓸 수야 있겠습니까.
허은 여사는 명문가의 종부로서 홀로 시아버지, 신랑, 가족들의 생계와 뒷바라지를 모두 해야 했으며 크고작은 종가의 대소사를 챙겨야 했다고 하니 정말 그 공적이 독립운동가에 뒤지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의 희생 덕에 독립운동도 할 수 있었던 거겠지요.
그러나 해방 이후에 가족들이 제대로 그 공적을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아무래도 허은 여사의 구술에 의한 기록이기 때문에 가족사에 집중하다보니 사람의 이름과 가족관계의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앞쪽에 그린 가계도가 전부 한자(漢子)라 읽기가 좀 힘듭니다.
그리고 전문적인 소설가가 쓴 것이 아니므로 앞뒤가 좀 두서가 없는 경향도 있는데 어찌보면 할머니가 옛날얘기를 들려주는 느낌도 납니다. 영웅이 아닌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실제로 그 고난을 몸으로 헤쳐나오신 분의 생생한 이야기로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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