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읽는 도서관
박제
많은 미술 관련 서적들 중에서 이 책은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 칭합니다.
많은 미술 관련 서적들이 유명한 그림들을 주로 다룬다면,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미술서적 보다는 역사서에 더욱 가깝다는 점도 다른 책들과 다른 점입니다.
이 책은 5가지 주제로 되어 있는데요
1. 미노아 문명의 벽화로 읽는 에게해의 기억
2. 무덤벽화로 읽는 고대 이집트의 영혼
3. 인도그림으로 읽는 몽골과 페르시아의 과거
4. 양탄자 그림으로 읽는 중세 유럽
5. 샤르뎅의 그림으로 읽는 18세기 파리
이렇게 5가지 주제입니다.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미노아 문명의 벽화, 무덤벽화 등 작자 미상인 작품이 더 많습니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품들을 통해 그 시대와 역사, 문화를 설명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입니다.
1. 미노아 문명의 벽화로 읽는 에게해의 기억
이 책의 첫번째 이야기는 작자 미상인 이 그림 <어부>로부터 출발합니다.
3,600년 전의 티라 섬 유적에서 발견된 그림인데 이 티라섬은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로 추측되는 곳 중에 한 곳입니다.
티라섬의 아크로티티라는 도시의 유적에서 발견된 이 그림에서 어떤 물고기를 먹고 살았는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매게채로 이 그림을 쓰고 있습니다.
같은 발굴지에서 발견된 <권투하는 아이들>과 <황소 등 타기>입니다.
앞의 <어부>와 비교하고 머리 스타일을 분석하고 - 예를들면 위 권투하는 소년들 그림에서 왼쪽소년의 신분이 더 높습니다. -
어째서 저런 그림을 그렸는지 추측하면서 옛 미노아 문명의 생활상을 알 수 있습니다.
수천년 전에 그려진 미노아 문명의 벽화를 감상하면, 많은 것을 만나고 다시 생각해보게끔 된다. 인류가 쌓았던 문명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얼마나 값진 것인가도 실감한다. 인간이 거쳐온 역사는 자연의 엄청난 존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진리도 깨닫는다. 이런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은 배움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고 싶다. 인식조차 못하고 흘려버리는 단순함에서 뜻있는 내용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 배움이고, 그 과정은 곧 인생이 아닐까? 나아가 배움으로 문화의 깊이를 비로소 느낄 수 있을 때, 그 값어치는 더욱 더 빛날 것이다. 문화야말로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이며, 헤아릴 수 없는 자연의 시간을 응축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을 동시에 헤아리게 되는 열쇠이다. (본문 44P)
2. 무덤벽화로 읽는 고대 이집트의 영혼
두번째 이야기는 이집트입니다.
<네바문 사냥장면>이라 불리는 이 고대의 그림은 무덤에 그려진 벽화로 그 시대의 시대상을 잘 보여줍니다.
위 그림에서 남자가 들고 있는 뱀 모양의 무기는 부메랑입니다. 그것으로 당시에 부메랑을 통한 사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동물들로 사냥꺼리들도 추측이 가능합니다.
또 선모양을 보면 비현실적임을 알 수 있는데 왼손 오른손의 구분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고대 이집트에서는 내용의 옳고 그름에 개의치 않고, 전통적인 기준과 관습에 의해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왼손을 똑같이 그리기 보다는 그림그리는 방법에 왼손은 어떻게 그리라고 나와 있는 것이지요..
<아크나톤과 네페르티티의 아톤 경배>
이 그림은 당시 파라오였단 아크나톤(가장 큰 사람)과 왕비인 네페르티티(그 뒤의 인물)이 태양의 신인 아톤에게 경배를 올리는 장면입니다. 여기서도 손을 보면 양손의 구분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위에 얘기한 처럼 관습에 따른 것입니다.
다시 앞의 사냥 그림으로 돌아가면 사람의 앞쪽에 고양이도 함께 사냥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당시 사람들이 고양이를 훈련시켜 사냥을 했음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또한 위 그림과 사냥장면 둘 다에서 알 수 있듯이 남-여-아이 순으로 그림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도 알 수 있는데 이역시 관습이라 볼수 있습니다.
또한 무덤벽화라는 특성상 그림들이 기원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당시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무덤벽화의 매력이자 특징입니다.
그림의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고서 바라보는 무덤벽화는 눈에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죽음의 세계로 떠나는 자의 바람이 담긴 영혼의 노래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긴 오래된 무덤벽화를 다시 만나면, 그때 그들이 살던 모습, 그들이 꿈꾸던 세계, 그 틈새에서 창조되는 예술이 되 살아난다. 놀라운 문명의 고대 이집트인이 맡던 죽음의 향기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무모한 도전과, 그리고 감동의 의지를 통해 삶과 죽음의 공식을 되새겨보게 한다. (본문 94P)
3. 인도 그림으로 읽는 몽골과 페르시아의 과거
이 주제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장입니다.
위 그림중 왼쪽 그림은 지금의 인도자리에서 번창하던 무굴제국의 천재화가 아부 알하산이 그린 그림인데 다람쥐와 이를 쫒는 사냥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기에 나오는 다람쥐는 인도에서 살지 않는 유럽에 사는 다람쥐종입니다. 그 이유를 작가는 오른 쪽 그림을 통해 설명합니다. 오른쪽 그림은 당시의 왕 자한기르와 관련된 그림인데 당시에는 유럽과의 교역이 매우 활발했고 자한기르가 외국의 동식물에 관심이 매우 커서 외국의 상인들이 선물로 희귀한 동식물을 했다고 합니다.
무굴제국은 옛 몽골을 구성하던 유목민들이 세운 나라로 페르시아 말로 몽골을 무굴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때의 무굴제국의 그림에는 동양과 서양이 섞여 있는 독특한 형태의 그림들이 나타납니다.
네덜란드의 램브란트는 실제로 이 동양을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자한기르 황제와 관련한 수십점의 그림을 남김으로서 그 시대의 교역과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몽골의 전통인 매사냥을 하는 자한기르 황제의 그림 등을 통해 그들의 조상처럼 매사냥을 즐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외국과의 교역 정도에 따라 그림의 동서양 융합정도도 다른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림을 찾지는 못했지만(책에는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목욕하는 세이렌들을 구경하는 이스칸다르>와 <거북에게 무화과 열매를 던지는 원숭이 왕>같은 그림들을 통해 어떻게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된 그림이 인도지역에서 탄생했는지를 보여 줍니다.
4. 양탄자 그림으로 읽는 중세유럽
네번째 주제는 양탄자 그림입니다. 한 장면을 그리는데 숙련된 기술자 6~7명이 10여년간 작업을 해야 한다는 양탄자 그림을 통해 유럽의 시대상을 설명하는 장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양탄자 그림을 통해 그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알아 봅니다.
유니콘이라는 전설의 동물은 당초 인도의 외뿔코뿔소에서 비롯됬다고 합니다. 구전으로 유럽에 전해지면서 신비한 생물로 인식이 되었으며 이와 관련한 수많은 미술품들이 창작되었습니다. 그중에 압권은 유니콘의 사냥을 주제로 하는 이 양탄자 그림입니다.
그 가격을 생각해 볼때 왕실의 결혼 기념물 정도로 생각되는 이 작품들 속에서 당시 유럽인들의 사고방식과 종교관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니콘과 귀부인>이라는 또다른 양탄자 작품을 통해 중세시대를 되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 등 5가지 감각과 <나의 유일한 소망>이라는 한가지 작품이 더해진 양탄자 작품으로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여러 점의 양탄자 그림을 들여다보며 중세적 관념과 숨겨진 의미를 만나봤다.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보듯이 껍데기에 머물지 않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알맹이를 꿰뚫어 볼 때 비로소 올바른 뜻을 보게 된다. 이처럼 스스로의 생각을 깊이 이끌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트이고 진실의 모습까지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나의 유일한 소망'을 고르라면 그것은 무엇일가? 어쩌면 너무 많은 바람 때문에 오히려 선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도리어 그 욕심에 짓눌려 죽을 때까지 행복한 마음을 잃어버린채 허무한 삶을 산다고 한다. 어떤 바람을 갖고 사는 가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르는 채 .....(본문 241P)
5. 샤르댕의 그림으로 읽는 18세기 파리
로코코시대의 서민화가 샤르댕의 작품을 통해 당시 중산층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기독교적인 사고방식, 가정교사 시스템과 아이에 대한 엄격한 교육, 여성의 역할과 빨래하는 방법 들 등의 그림으로 파리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읽는 도서관>은 이렇게 다섯가지 주제를 통해 그림과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책이지만 각각이 하나의 칼럼처럼 전체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다소 약한 면이 있습니다. 미술보다는 역사, 문화에 초첨이 맞춰진 책입니다.
그림 읽는 도서관
'열수레의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학 오디세이 ①] 미의 기준은 무엇인가... (0) | 2011.07.19 |
---|---|
[아프리카 다이어리] 빌려서 보지마라.. 만 원이 아깝다면 인생을 잘 못 산 것.. (0) | 2011.07.14 |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독립투사의 가족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0) | 2011.07.03 |
[눈 뜬 자들의 도시] 눈먼자들의 도시. 그 4년 후의 이야기.. (0) | 2011.06.30 |
[눈먼 자들의 도시] 가장 끔찍한 순간에서 인간의 진실을 이야기한다. (0) | 2011.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