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의 고백 - Memories of an Invisible Man
H.F.Saint.
투명인간 하면 대부분 웰즈의 소설 '투명인간'을 떠올립니다. 영화 '할로우맨'도 웰즈의 설정을 따온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조금 다릅니다.
사실 투명인간이라는 설정은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어 왔는데 인간에게 특히 남성에게 호기심을 자아내는 설정이라 할 수 있겠지요.
예를들면 여탕에 간다던지 하는..
또 깊이 생각하면 여러가지 제약이 많은 설정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 맨이 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하여도 투명인간은 망막이 없어 장님이라는 둥, 발을 볼 수 없어 걷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둥, 옷을 벗고 있을 수 밖에 없다거나, 먼지가 쌓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진다는 둥...
이 책은 그러한 과학적인 부분을 명쾌하게 해결합니다. 알 수 없는 핵실험에 휘말려 주인공인 닉 뿐 아니라 그를 포함한 건물 전체가 투명해 졌으며 따라서 옷이나 신발같은 것들도 투명해 졌다는 설정입니다. 또한 그의 피부는 화장품 같은 것이 잘 듣지 않는다는 설정이니 먼지문제도 어느정도 피해간 셈입니다.
80년대에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갑니다.
우연히 핵실험으로 투명해진 닉은 자신이 정부기관에 잡히면 모르모트로서 실험대상이 될 것을 두려워하며 정부기관을 피해 다닙니다.
그과정에러 앨리스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이 여성은 유령이나 초 자연적인 현상을 믿는 여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를 쫒는 정부기관의 인물을 모두 따돌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로, 어찌보면 굴곡없는전개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꼭 저자가 투명인간이 돼 본 것처럼 생생한 묘사를 한다는데 있습니다.
걷기 힘든 길, 높은곳에서 떨어질때의 두려움, 음식물의 소화문제, 그리고 몸이 투명하기 때문에 태양아래서 더 빨리 소화되는 음식물, 다쳐도 어딘지 알 수 없는 점 들 등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을 너무 자세히 그리고 있어 이양반 진짜 투명인간 아니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본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투명인간의 사랑>
외로움에 지쳐 여자 주인공인 앨리스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너무나 평이함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이 소설의 대부분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의 대부분이 정부기관으로부터 도망다니는 이야기임에도 너무 사실적이어서 지루한 면은 적고 내가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생생합니다.
고전 S/F로 요즘의 S/F만큼 파격적이거나 스릴만점이라는 평을 내릴 수는 없지만 담담하게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투명인간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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