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작가는 '문명'게임을 했었을까?

슬슬살살 2010. 1. 27. 16:14

 얼마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신'을 읽었습니다. 6권으로 결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거의 1주일만에 다 읽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타나토노스, 천사들의 제국 등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미카엘 팽송'이라는 인물입니다. '타나토노스'에서는 영계 탐험을 하는 모험자로, '천사들의 제국'에서는 비행기사고로 죽은 미카엘 팽송이 영혼의 구원을 위해 선업점수 600을 채워야 하는 천사로, '신'에서는 궁극적인 '신'이 되기 위한 신 후보생으로 등장합니다. 이렇게 인간에서 천사로, 천사에서 신 후보생으로, 나아가 궁극적인 우주의 절대자까지의 탐험을 재미있게 썼습니다. 이러한 구성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처녀작인 '개미'부터 이어져 오던 자신의 세계관 - 0~9까지의 숫자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를 점차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의 숫자 세계관 ('개미혁명'에서 일부 발췌..)

 

 0 -  공백의 단계, 동그라미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명을 품은 태초의 알

 1 -  광물의 단계, 세로줄 하나로 되어 있으며. 부동성과 시작을 뜻함.
 
2 -  식물의 단계, 밑 부분이 곧은 줄로 되으며 식물이 땅에 붙박혀 있음과 같음 

       그런데, 이 숫자의 윗부분은 둥글다. 이는 식물이 하늘과 빛을 사랑하는 것과 통한다.
       식물은 하늘과 빛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위해 자기 윗부분에 있는 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3 -  동물의 단계, 이 숫자에는 곧은 줄이 없음 

       이는 동물이 땅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음과 상통
       이 숫자에는 두 개의 고리가 있는데, 이는 동물이 위쪽과 아래쪽을 사랑하고 있음을 뜻한다.
       동물은 하늘의 노예도 땅의 노예도 아니며, 자기의 감정과 욕구에 따라 행동한다.
       동물은 사랑하기도 하고 사랑하지 않기도 한다. 이기주의는 동물의 주요한 특성이다.
       동물은 포식자가 되기도 하고 먹이가 되기도 한다. 동물은 언제나 두려움을 지닌 채 살아간다.
       자기의 직접적인 이익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동물은 죽음을 맞게 된다.

 4 -  인간의 단계. 이 숫자는 길들이 교차하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4는 교차점을 가진 최초의 숫자다. 이 형태는 변화와 이행을 뜻한다.
       이 단계에서 변화에 성공하면 더 높은 세계로 옮아가게 된다. 

             → '타나토노스는 이 단계를 배경으로 하였습니다.
       인간은 감정과 욕구에 속박된 동물의 노예 상태를 자유 의지를 통해 벗어난다.
       인간은 자기의 사명을 실현하기도 하고 실현하지 못하기도 한다. 
       선택의 자유라는 개념은 자유의 획득과 자기감정의 제어라는 사명을 실현하지 않는 것도 허용한다.
       인간은 자기가 원하면 동물로 남을 수도 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선택의 기로다.

 5 -  영혼의 단계. 이 숫자는 2와 반대로 곧은 줄이 위에 있으며 이는 영혼이 하늘에 매여 있음과 같다.
       또, 아래에 곡선이 있는 것은 땅과 땅에 거주하는 자들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 
       영혼은 땅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하늘에서 해당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시련을 겪고 4의 교차로를 통과했지만 하늘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6 -  천사의 단계. 모난 곳도 곧은 곳도 없이 하나로 이어진 곡선. 완전한 사랑. 이 숫자는 소용돌이에 가깝다.
       이는 무한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하늘과 땅, 위쪽과 아래쪽의 온갖 속박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아직 이루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창조주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천사들의 제국'은 이 단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6은 또한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의 형상이기도 하다.

7 -   신 후보생의 단계. 4를 뒤집어 놓은 것과 비슷한 이 숫자에도 교차점이 있다. 

       이는 하나의 순환이 마감되었음을 뜻한다. 즉 물질세계의 순환이 끝난 것이다.
       따라서 이제 다음 순환으로 넘어가야 한다.

         → '신'은 7부터 10. 그 이상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신'에서는 신 후보생이 게임을 통해 위 쪽단계로 올라갑니다.

8 -   신의 단계. 무한을 옆으로 놓은 모양이며, '신'에서는 최고신 제우스를 상징한다. 

       이 숫자의 곡선을 따라가면 영원히 끝이 나오지 않는다.

9 -   '우주'의 단계.태아의 형상이며 6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쓰지 않습니다.  

 

10 -  '?'. 고차원의 0이다. 10과 함께 숫자의 순환이 더 높은 차원에서 다시 시작한다

 

   '신'에서는 10의 단계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단계까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궁금했던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문명'이란 게임을 접한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신'에서 자기 민족의 신이 되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다른 신 후보생과 경쟁해야 하는데 그런 묘사들이 요즘까지 즐기는 '문명4'게임과 흡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 책을 읽고 다시 시작하기까지 했었죠..

 

 <'신' 배경과 유사한 문명4 플레이 화면>

 

개인적으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무척 좋아합니다. 아마 국내에서 고정독자층을 많이 보유한 외국 작가중 한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쨌든 '신'으로 미카엘 팽송의 모험은 끝이 났으니 다음에는 어떤 시리즈를 준비할지 기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