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생..
작가의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하기야 83년생이라고 해도 이제 곧 서른이 되는 나이이니 적은 나이는 아니지요..
그래서 그런지 책은 제목부터 재기발랄해 보였고 2011 오늘의 작가상 수상이라는 문구도 무언가 재미있을거라는 기대를 일으켰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책의 구성은 상당히 신선했지만 소설로서 보면 스토리가 너무 빈약합니다.
주인공인 철수는 어렸을적 부모의 기대에 대한 트라우마로 대인 접촉이나 무언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온몸이 붉게 변하는 병(?)에 걸려 있습니다. 공부머리는 없지만 음악과 미술에는 꽤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알려 하지 않지요..
꼭 TV에게 토스트기의 기능을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죠..
본인을 토스트기처럼 사용하려는 부모나, 여자친구에게 보여주려고 스스로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어 가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철수가 백수로 살아가면서,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어린시절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면서 본인이 무슨 용도로 만들어 졌는지 사용 설명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철수를 사용해본 여자친구의 사용 후기라던지, 주의사항이라던지 등등..
그러한 면에서는 신선하지만 그 이상의 스토리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이 시대의 수많은 청년 루저들의 이야기를 썼을뿐 어떠한 공감도, 발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요.
사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사용설명이 없습니다. 내가 무얼 잘 하는지, 무얼 못하는지에 대한 판단과 고민이 없이 사용자(부모, 아내, 친구 등등)들이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급급합니다. 그러다 보니 TV가 음식물을 차갑게 하고, 냉장고가 세탁을 하는 것처럼 어이 없는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이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차분히 자신의 사용설명을 써 보는 것은 어떨까요?
철수 사용 설명서
PS. 한 때 인터넷에서 사용설명서 유머가 돌아다녔습니다. 이 책도 거기에서 착안한 것 같은데요 그중에 하나를 옮겨 봅니다.
지금보니 쫌 유치하네요 ^^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남편 사용 설명서>-
1. 제품 구입 전 충분히 검토 후 구입하십시오.
2. 제품마다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먼저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십시오.
3. 사용자에 따라 상품의 좋고 나쁨이 다를 수 있으니 사용자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4. 제품의 초기 사용 시와 갈수록 많이 달라질 수 있으나 그렇다고 고장은 아닙니다.
5. 제품이 집밖으로 나갔을 때는 통신이 두절되거나, 회귀시간이 늦어질 수 있으니 유의하십시오.
6. 제품의 알콜 함량이 높을 시에는 콩나물국이나 북어국을 투여하십시오.
7. 제품이 이상증세를 보일시에는 질 좋은 약품으로 장기 투여하십시오.
8. 스트레스에 민감하니 제품 상태에 따라 항상 유의하십시오.
9. 적절한 양분과 휴식을 취하게 하시면 제품을 오래 사용하실 있습니다.
10. 가끔은 어린이와 같은 행동을 나타낼 때가 있으나 그렇다고 제품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고 사용하십시오.
* 사용 최적환경 (** 옵션은 제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
맛있는 밥이나 술이 있는 곳, 홈시어터, 다양한 스포츠 채널이 나오는 벽걸이형 티비, 엄청난 용량의 컴퓨터 및 새로운 디지털기기, 당구대, 멋진 자동자 등의 주위에서 이상적으로 작동된다.
*고장의 원인
1. 스포츠뉴스를 보고 있을 때 질문
2. 중요한 뉴스를 시청 시 청소기 돌림
3. 돈타령 시나 주말 백화점 쇼핑 제안 시... 등의 경우 주의 요망
이와 같은 원인들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됨.
*주의사항
1. 급격한 온도변화로 폭발할 수 있으니 잔소리는 삼가십시오.
2, 화기에 약하니 여자가까이는 절대 두지 마십시오.
3. 반품이나 환불은 불가하니 고장 시에는 고쳐서 사용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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