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93년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으 좋은 소설>에 대한 글을 읽고 그에대한 가벼운 감상을 올린적이 있습니다. (바로가기)
이 현장 비평가가 뽑은 좋은 소설 시리즈는 그 해 가장 주목할 만한 중단편 소설들이 실리는데 비평가가 뽑았다는 전제가 달려 있듯이 작품성 위주로 선발합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난해한 작품들도 더러 있다는 뜻이겠지요..
아무튼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93년의 작품들은 민주화 운동의 종료와 저항해야 할 대상이 없어져 버린데 대한 상실감 같은 것들이 행간에 가득 녹았다면 '97년만 하더라도 자본주의, 산업화에 대한 자연으로의 회귀 등이 주제의 주를 이룹니다. 특히 여기에 실린 작품들 중 대다수가 주인공을 작가로 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면 특이할 만한 사실입니다. 이런점은 저만 느낀 것이 아닌지 하응백 씨의 총평에도 이런점을 일걸어 소설가 소설이라 부르는 군요..
IMF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전의 작품들이어서인지 경제위기에 대한 글은 없지만 차가워지는 사회, 메마름 등이 '97년에 작가들이 느꼈던 문제의식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눈에 띄게 읽힌 작품은 아름다울 것 만 같은 과거의 추억과 실체적인 고통이 교차됐던 김소진의 <신풍근 베커리 약사>와 성석제의 <유랑>입니다. 둘 다 급격히 발전해 버린 사회 속에서 빛나는 과거 또는 옛것을 그리고 있지만 마치 짠 것처럼 그 옛것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어 찝찌름한 기분을 갖게 해 줍니다.
정 찬의 <깊은강>의 주 배경이 된 동강의 어라연
이곳은 시간이 둥글게 가는 곳. 황금빛 길을 보여줄 시간의 틈이란다.
그 외에도 고속버스가 한 지점에서 한 지점까지 이르는 짧은 시간동안 일어나는 이야기인 이동하의 <그는 화가 났던가>와 자유롭고만 싶어하던 아내가 어느날 갑자기 식물(식물인간이 아님)이 되어 붙박이가 되어버린 <내 여자의 열매>, 은희경 본인의 이야기를 땜통에 비추어 재밌게 이야기한 <서정시대>까지 '97년의 작품들은 이전보다 가볍지만 훨씬 재기발랄하게 느껴지네요..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소설(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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