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모..
뜻은 알지만 이제는 파출부, 가사도우미 등등의 말에 밀려 사라져버린 말입니다.
이 소설은 그 식모들 중 몰래 뿌리내리고 있는 <수상한 식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품의 배경 - 호랑아낙과 수상한 식모
<수상한 식모>는 <호랑아낙>의 후손을 칭하는 말이기에 이 <호랑아낙>의 유래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옛날, 호랑이와 곰이 인간이 되기 위해 동굴에 갇혔을 때 다들 알다시피 호랑이는 도중에 뛰쳐 나왔고 이 호랑이의 후손이 바로 호랑아낙이라고 합니다. 호랑아낙은 <범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조선 말기까지 은밀히 활동했는데 이들의 주 활동 내용은 복수 입니다. 인간이 되지 못한 데 대한 복수로 모든 인간들에게 폭넓은 복수를 하는 것이지요...이들이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이들이 <수상한 식모>로 변질된 것입니다. 두 집단 모두 <복수>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차이라고 한다면 범녀들이 조직적이고 대단한 복수 - 예를들면 연산군의 폐위, 동학운동 등 - 를 한다면 수상한 식모들은 작은 복수들입니다.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가정을 파탄내는 것... 이데올로기와 무관한 순수한 보복행위였던 것입니다.
뚱뚱한 민폐주인공, 콩가루집안과 수상한 식모
주인공인 경태는 어릴적 수상한 식모로 인해 초고도 비만을 얻어버린 사내, 그의 가족은 가히 콩가루 집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업실패 후 연애시뮬레이션 <하녀>에 빠져 있는 아버지,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죽자 옛 화가의 꿈을 이루겠다며 며느리의 누드화를 그리고자 하는 할아버지, 재산에 대한 욕심으로 이를 수락하는 어머니, 머리는 좋지만 감성적인 면이 아예 없어져 버린 남동생과 천재소리를 들었지만 어느순간 비정상적으로 되어 집을 나가버린 형까지.. 결코 정상적일수는 없는 가정입니다.
이런 뇌쇄적인 하녀를 생각하면 안됩니다.
어디까지나 수상한!! 식모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경태는 집에서 수상한 식모들에 대한 기록을 일부 발견하고 이에 빠져 듭니다. 그리고 호스피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그 환자가 바로 예전 경태네 집에서 일하던 식모.. 마지막 수상한 식모입니다.
경태는 이 식모와 함께 <수상한 식모들>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경태네 식구들과 수상한 식모들과의 관계를 알아갑니다.
결국 경태네 가족 역시 이 수상한 식모의 희생양이었던 것이지요.
섬뜩하면서 풍자적인 <수상한 식모들>
이 책은 풍자적인 면이 강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뚱뚱한 주인공과 뚱뚱한 여자친구. 냉소적인 대사. 사회전복적을 꾀하는 수상한 식모들의 활약과 역사까지. 이 모든 것이 이데올로기를 완전히 배재한체 <보복>이라는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혹하거나 어둡지만은 않게 희극적인 요서를 더하고 있어 불편하다는 느낌을 최소화 해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생활을 한번쯤 뒤집어 볼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해 주는 소설입니다.
수상한 식모들 (제1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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