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7년의 밤..
최근 베스트셀러 자리에서 몇달째 내려오고 있지 않은 책입니다.
7년의 밤(교보문고 개점 30주년도서)
스토리가 재미있는 소설과 문장이 즐거운 소설. 어떤것이 더 재미 있을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문장이 재미있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유재석이 훨씬 재밌는 것처럼 같은 스토리라 하더라도 글을 맛있게 쓰는 작가의 글이 훨씬 재밌겠지요.
그런데 이 <7년의 밤>은 그 두가지 다 100% 만족할만한 소설입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흥미진진한 전개, 예측할수 없는 결말 등 탄탄한 스토리구조와 더불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등장인물의 시선을 긴박하게 오가면서 전달하는 문장은 도저히 도중에 덮을 수 없게 만듭니다.
수몰된 마을을 중심으로 조성된 가상의 세령마을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서원의 아버지는 세령마을에 있는 세령댐의 보안팀장으로 부임합니다.
부임하기 이틀 전 가족과 함께 쓸 관사를 보기 위해 세령 마을로 향하지만 음주운전 중에 아이를 치고 마는데...
이 아이는 대대로 이 마을 유지인 오영제 원장의 외동딸입니다.
그러나 이 밤중에 이 소녀가 여기까지 오게 된 배경에는 아버지 오영제의 폭력이 있었습니다. 서원의 아버지인 최현수는 폭력에 쫒긴 아이를 들이 받은 것이지요... 아이의 의식은 붙어 있었지만 최현수는 아이의 목을 꺽은 뒤 세령호에 던저 버립니다.
이 일로 최현수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아이의 아버지인 오영제는 뛰어난 추리력으로 최현수가 그랬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오영제는 이 일을 경찰에 신고하기 보다는 직접 복수하고 치밀한 계획하에 최현수의 아내를 살해하고 아들인 서원을 세령호 가운데에 있는 섬에 가둬 버립니다. 댐 물을 채워 익사시키는 모습을 최현수에게 생중계하기 위해서지요.. 기실 오영제에게 중요한 것은 딸의 복수가 아닌 자신의 것에 손을 댄 자에 대한 응징입니다.
소설가 지망생이자 보안팀원 중 하나인 승환이 이를 눈치채고 아이를 구하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아버지 최현수는 댐의 수문을 열어 아들을 구하고자 합니다. 덕분에 세령마을은 완전히 물에 잠기고 수십명의 마을 사람들도 죽고 맙니다. 오영제 원장 역시 행방불명. 이 일로 최현수는 여자아이를 잔혹히 죽이고 아내마저 살해 한 뒤 수문을 열어 마을 전체를 날려버린 희대의 사이코 살인마로 사형선고를 받게 되고 자연히 그 아들인 서원 역시 그 멍에를 짊어지고 승환과 함께 외딴 섬에서 잠수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7년 후, 최현수의 사형이 집행되면서 숨어있던 오영제가 나타나고, 단순히 아버지가 살인마였다는 정도로 알고 있던 서원은 승환이 남긴 소설로 사건의 진실을 알아버리면서 최후의 반격을 준비합니다.
이 이야기는 두가지 파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건이 이루어진 7년 뒤에 숨어 살고 있는 서원과 승환.
그리고 승환이 남긴 7년전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
이 두가지가 교차하면서 7년전 일어난 살인의 진실을 말합니다.
물론 서원의 아버지가 여럿을 살해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오영제의 집착이라는 진실, 아들을 지키려는 최현수의 필사적인 선택이라는 진실, 최현수의 어린시절부터 유래한 왼손 저림이라는 징크스, 어린시절 최현수 아버지의 폭력, 오영제의 이혼과 어린시절 등등 수많은 진실이 뒤에 있는 것입니다. 사실은 단순하지만 그 모든 것은 우연과 필연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진실이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진실을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표현한 문장들은 정말 빛이 납니다. 단 한 문장도 편안하게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작가의 고생이 느껴질 정도라니...
개인적으로는 올해 읽은 책중 가장 재미있었던 소설입니다.
덧붙임. 이 7년의 밤은 영화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매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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