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쯤 계속되는 불황에 광고시장도 그냥 저냥한 광고들로 채워지던 무렵, 왠 부산 아저씨가 등장해서는 구수한 사투리로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고 하는 광고가 소위말하는 대박을 쳤습니다.
실제로 그 광고가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개콘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도 패러디가 쏟아졌던 것을 생각하면 광고 자체로서는 대박이라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당시 해당광고주인 천호식품의 오너인 김영식 회장이었습니다. (그 카피도 본인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네요)
일반적으로 조금 성공했다 하면 이래저래 성공담도 내고, 자서전도 냅니다. 자기돈 들여서 책내겠다는데 뭐라 할 사람 없고 개중에는 정말 귀감이 되는 책들도 있습니다. 이 책은 적어도 후자쪽에 속하는 듯 합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죽도록 노력해라. 나는 죽을 각오로 노력했더니 성공했다. 너도 억울하면 성공해라." 뭐 이정도로 읽혀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수차례 실패하고 재기에 성공한 한 기업인의 살아온 인생은 흥미롭고 또 살아가는 데 귀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굉장히 편하게 읽히는데 역설적으로 이 김영식 회장이 글을 잘 못쓰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확히는 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쓴다고 해야할까. 건방진 느낌이 있으면서도 투박함과 고집스러운 느낌으로 그 건방짐이 거슬르지 않습니다.
사실 이 김영식 회장이라는 사람은 뚝심으로는 대한민국 1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공한 기업인중 그 누가 노력을 안했겠냐마는 완전히 쫄딱 망한 상태에서 아이디어나 기술이 아니라 오로지 영업과 뚝심, 신용 하나로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이시대 마지막 진정한 상인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 예를 몇가지만 들어 볼까요?
이양반은 방문하는 곳 모든 컴퓨터(공공장소를 포함해서)의 초기화면을 자사의 홈페이지로 바꾸어 놓습니다. '못팔면 죽는다'가 이양반 모토랍니다. 강남역 지하철에서 직접 전단지를 뿌리는가 하면 비행기 기내에서 자사제품을 돌리기도 합니다. 지하철에서 가판대는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보네요. 부시대통령을 비롯해 저명인사들에게 수시로 선물과 편지를 보냅니다. 그게 전달이 되고 아니고는 중요한게 아닙니다. 그냥 보내는 것이지요. 또 자사제품을 먹고는 마라톤 완주를 비롯해 부산-서울 사이클 일주를 하기도 합니다. 얼마전에는 중국시장에 진출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후진타오 주석에게 자사제품을 선물로 보내고, 3주만에 중국어를 공부해서는 원어 인터뷰에 나서기도 합니다. 이정도면 뚝심배짱을 넘어 가히 기인 수준입니다.
추천하는 글 중에 안중호 서울대 교수가 쓴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아마 이 책을 읽은 제 감상에 가장 가깝네요.
" 아. 저렇게도 하는구나 "
1시간이면 다 읽을정도로 가볍지만 담고있는 메세지는 훨씬 무겁고, 책의 주인공인 김영식 회장의 삶은 훨씬 더 무겁습니다.
험난한 세상에서 한명의 사회인으로 살아나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담고 있어 기업인이 될 생각이 없더라도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0미터만 더 뛰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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