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다섯번째 여자] 복지국가 스웨덴. 그이면에 있는 어두움

슬슬살살 2012. 2. 13. 09:12

 


다섯번째 여자

저자
헤닝 만켈 지음
출판사
좋은책만들기 | 2002-07-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알제리에 신정(神政)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외국인 기독교도들을 추...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 웨덴 출신 작가가 전하는 추리 베스트

  흔히들 추리소설 하면 일본과 미국, 독일 정도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스웨덴이나 다른 나라들처럼 잘 알지 못하는 나라의 글들 역시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일본어나 영어권의 작품과는 또다른 이국적인 색채들을 느낄수 있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장점이겠죠.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 북유럽의 소설을 읽는건 웬지 계절적으로 좀 어울리지 않나요? 이 소설에서도 배경적인 요소에 자세히 묘사되고 있지는 않지만 쌀쌀함과 황량함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한국의 겨울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책 표지에 사용된 그림의 원작

 

#2. 경찰공무원 추리소설

  추리소설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의 방식은 수많은 용의자들 사이에서 범인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범죄방법 찾아내기, 알리바이 깨기, 동기 찾아내기 등이 주 내용이 됩니다. 많은 추리물이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독자들이 범인을 예측해 보면서 주인공과 함께 추리를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소설들은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면서 독자를 깜짝 놀래키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소설은 조금 다른 방식입니다. 독자들은 책의 프롤로그부터 범인을 알 수 있고 주인공인 쿠르트 발란더가 사건에서부터 출발해 범인을 잡아나가는 과정까지를 보게 되는데 그 과정이란 것이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CSI처럼 과학적인 방법들이 총동원되지도 않고 주인공의 빛나는 추리가 돋보이지도 않습니다. 그저 일반적인 공무원들이 하듯이 자료를 모으고 전화를 돌리고 할 뿐입니다. 단서가 하나 발견되면 탐문하기 바쁘지요. 책을 읽는 내내 느낀 점은 주인공의 추리를 함께 하는 것은 맞는데 진짜 경찰이 됐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수사관들과 회의하고, 검찰을 설득하고, 언론을 상대하고, 영수증을 처리하고, 출장을 가기 위해 호텔을 예약하고, 길을헤메고, 자동차를 수리하는 따위의 일들이 이 책의 대부분입니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Ystad 시내.

아무리 우둠이 이면에 있어도 좋아보이기만 하네요 ^^

 

  주인공도 탐정이나 잘생긴 형사가 아닌 40대 후반의 삶에 찌든 수사관입니다. 쿠르트 발란더라는 이 인물은 다른 탐정들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추리력과 분석력 따위는 없습니다. 일반인보다 조금 날카로운 수준의 분석력과 끈기, 그리고 경험이 전부입니다. 거기에 고된 업무에 찌들어 하는 공무원의 모습과 경찰로서의 자부심 두가지를 가지고 있는, 한마디로 경험많고 성실한 경찰공무원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재미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범인에 대한 추리보다는 경찰이라는 직업의 고충과 범행에 오버랩되는 차가워진 사회를 바라보는 그 자체가 이 책의 재미입니다. 너무나 인간적인 발란더와 함께 경찰이라는 고달픈 직업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가진 진정한 재미라 하겠습니다.  

 

#3. 사건의 전개

  3명이 연달아 죽어나갑니다. 홀거 에릭손(78)이라는 전직 자동차 판매업자이자 조류관찰자이자 시인은 자기 저택의 소유지 도랑에서 죽창함정에 빠져 살해 됩니다. 괴스타 룬펠트(49)라는 꽃집 주인은 여행을 간다 했다가 실종되지만 1주일만에 교살됐다가 나무에 매달린채로 발견되지요. 그 후에 오이겐 블룸베리(51)세는 자루에 넣어져 물속에 버려져 익사합니다. 그는 우유연구원이었지요. 쿠르트 발란더와 그의 팀은 이렇게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살인사건간에 연관점을 찾아내고 범인을 추적해 나갑니다. 그 연관점이라는 것은 바로 학대와 가학이었는데 죽은 이들의 특징이 모두 아내에게 가학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내에게 가학적인 남편들을 아내를 대신해 죽인 여인.. 그 여인을 추적합니다. 

 

#4. 복지의 왕국 뒤에 숨어진 어둠

  스웨덴 하면 떠오르는 말은 복지입니다. 그만큼 살기좋은 지상낙원으로들 알고 있었는데 그 이면에는 어둠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경찰을 믿지 못하고 자경단이 조직되는데 이것은 가학적인 남편을 심판하지 못하는 정부 대신 그들을 심판한 범인과도 같은 것입니다. 절대로 범죄에는 정당함이 없음에도 그에 대한 동정론이 이는 범죄. 법치의 무너짐 같은 것들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 사는게 이렇게 힘들어진 건 우리가 양말을 기워서 신지 않게 된 것과 연관이 있다고.....내가 자랄 때만 해도 스웨덴은 양말을 기워신던 나라였지. 학교에서 양말 깁는 법을 가르쳤어. 그런데 어느날부터 사람들은 양말을 깁지 않게 되었어. 이젠 양말에 구멍이 나면 그냥 버리지. 사회 전체가 크게 변했어. 모두들 그냥 쓰고 버리는 거야. ...... 이 원리는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마침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도덕률이 되었어. 심지어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무엇은 해도 좋고, 무엇은 해서 안되는지, 즉,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우리의 판단까지 변화 시켰어. 사회의 모든게 그만큼 가혹해 진거지. ....이 순간 스웨덴에서는 또 한세대가 자라나고 있지. 너보다도 젊은 세대는 앞으로 더 큰 공격성을 보이게 될꺼야. .. 양말이든 사람이든 끝까지 쓰려고 애쓰던 시절은 이미 지났어."

341P. 발란더가 딸 린다에게

 

PS. 알제리와 콩고용병은 도대체 왜 나온 내용일까요? 떡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