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완득이> 진부한 설정과 이야기 속에 담긴 인간 간의 情. 상식.

슬슬살살 2012. 3. 17. 20:08

원래 삶은 진부하다. 영화가 아닌 다음에야 인간의 삶이 어찌 그리 특별할 것이며 독특하겠냐. 평범해 보이는 삶을 다룬 이 영화 역시 소재는 진부하다.

 

공부하기 싫어하나 마음많은 따뜻한 쌈꾼 고등학생 주인공. 사회 하류층인 아버지와의 갈등. 킥복싱에의 입문. 어릴 때 헤어진 어머니와의 만남, 사제간의 따뜻한 정 등 꽤 진부한 소재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악당이라고는 조금 예민한 성격의 화가 아저씨. 초반에 30초 정도 등장하는 깡패 1,2 를 제외하고는 전혀 나오지 않는 악당.(그 흔한 가난하다 놀리거나 괴롭히는 녀석, 악질 선생 하나 안나온다), 알고 보니 필리핀 출신의 어머니는 조금은 신선한 소재이기도 하다.

 

 

어찌됐건, 이 구태의연한 설정과 이야기의 조합은 때 되면 한번 씩 나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건 누가 뭐래도 김윤식이 아니었나 싶다. 김윤식의 그 어리버리 하면서도 생각이 깊고, 사회 소시민 적인 선생 연기는 정말 실존인물이 있었던 것 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너무 형사로만 나왔었는데 이런 코믹한 연기도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유아인 역시 진짜 그놈 같았고 둘의 티격태격 하는 모습에 영화 끝까지 지루함이 없었다.

 

"아우. 무슨말을 해도.. 니들은 왜이렇게 재미가 없냐"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으니 원래의 주제가 무언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에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주제가 있어 보이지만, 그것 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정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가난하건, 장애가 있건, 인종이 다르건 간에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법이나 이성보다 우선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거겠지.  이른바 상식이라는 놈인데, 그 상식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에서 부턴가 없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거고. 그 상식을 가지고 있는 똥주(김윤식)가 재밌으면서도 대단하게 보이는 거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이웃간에 차 좀 세우는걸로 칼부림 내고, 선생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강제로 하는 자율학습, 쪽팔려서 못받아가게 만드는 수급품. 모두 이 영화에서 다뤄지고 있는 소재지만 전혀 상식적이지 못한 현실이다. 상식적이지 못한 삶이니 재미가 있을리가 없지... 삶이 재미 있으려면 상식적이어야만 한데, 그게 참 힘든게 서글픈 거고.. 그러기가 어렵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한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도 받고, 재미도 있는거다.

 

간만에 본 상식적인 영화덕에 즐거웠고, 서글펐다.  

 

 


완득이 (2011)

Punch 
9.2
감독
이한
출연
김윤석, 유아인, 박수영, 쟈스민, 김상호
정보
드라마 | 한국 | 107 분 | 201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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