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에톤의 전차.
파에톤은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떨어져 인간인 어머니와 살면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자 아버지인 헬리오스를 찾아간다. 그의 아들임을 증명하고 싶었던 파에톤은 태양의 뜨고 짐을 나타내는 전차에 올라타고 싶다는 소원을 빌게 되고 미심쩍어 하면서도 아버지는 그 소원을 들어준다. 그러나 태양 마차는 무섭게 날뛰었고 지상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이때 리비아 사막이 생겼고 에디오피아 인들의 피부가 검어졌다. 보다못한 제우스 신이 벼락 을 내리쳐 땅에 떨어 뜨렸고 이때의 책임을 물러 헬리오스 대신 아폴로를 태양 신으로 바꿨다.
<파에톤의 추락, 루벤스>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인 화차(火車)는 일본의 설화에서 따온 제목이다. 악인이 한번 타면 멈추지 않고 지옥으로 돌진한다는 죽음의 전차 화차. 일종의 지옥 불수레라는 뜻인데, 주인공인 강선영(김민희)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악인이 된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파에톤의 전차가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스포일러 있음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약혼자. 계속해서 밝혀지는 진짜 정체(스포 있음)
수의사인 장문호(이선균)과 약혼자인 강선영(김민희)이 부모님께 가던 도중 휴게소에서 갑자기 강선영이 사라져 버린다. 강선영이 혼자 살고 있는 집은 급히 이사를 간 듯 어지러워져 있고 퇴직 경찰인 사촌 형의 도움으로 추적을 해보지만 지문조차도 없다. 그녀에 대한 추적을 계속 하던 중 그녀의 이름이 강선영이 아닌 차경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경선은 강선영이라는 여인의 이름을 도용해서 살다가 신용불량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취를 감춘 것. 추적을 하면 할 수록 차경선의 진짜 정체는 아리송하다. 결혼한 경력도 나오고, 아이를 낳은 경력도 나온다. 차경선은 사실 빛에 쪼달린 부모가 고아원에 버렸던 딸. 사채업자들에게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되어 버려서, 그 사채가 그녀에게까지 이어진다. 결혼을 했지만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린 차경선의 남편은 그녀를 버린다. 그 후 술집까지 팔려갔다 1년만에 돌아온 차경선은 서울에서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그곳에서 알게된 회원 명부에서 알게 된 강선영이라는 여자를 죽이고 그녀의 이름으로 살게 된 것이다.
그런 강선영 마저 신용불량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자취를 감추고, 또다른 범죄를 준비한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겉만 봐서는 차경선이 악인이고, 장문호는 피해자인것 같다.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틀리다. 이선균은 피해자이지만, 김민희는 절반만 가해자이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런 길을 택했다는 김민희의 마지막 선택은 안타깝다. 사채 빚이라는게 상당히 무섭다지만 평범한 이들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1명이 행불자가 되는 경우에는 5년이 지나야만 실종처리가 되고 그래야 빛의 상속을 거부할 수 있다는 법의 허점도 이제야 알았다.(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차경선은 첫번째 구토와 혼절을 반복하며 첫번째 살인을 마무리 짓는다. 정신을 잃으려는 본인의 뺨을 때려가며 그 일을 하는 배경에는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부모의 빚으로 잃어버린 자신의 인생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숨어있다. 비록 정당한 방법은 아니더라도.. 또한 차경선이 선택한 강선영이라는 인물 역시 행복했던 인물은 아닌 듯 하다. 그녀 역시 사채업자들이 고향집을 들락날락 한 모양이니....
충격적인 반전은 없지만 하나씩 나타나는 차경선의 정체는 숨겨진 범인을 찾는 것 만큼이나 충격적이다. 또, 5,000만원의 보험금 같은 금전적인 요인들도 나타나지만 결론적인 원인은 돈이 아닌 행복뿐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차경선. 차경선의 자살로 끝이나는 이 영화는 스릴러 치고는 꽤 밝은 화면들을 사용하고 있고, 쫒기거나 하는 긴박함. 깜짝 놀람 등은 없다. 그렇지만 영화 내내 시선을 뗄 수 없고, 계속해서 밝혀지는 차경선의 정체와 이선균의 추격은 별다른 장치 없이도 심장을 두근 거리게 만든다. 차경선에 대한 동정심과 사채에 대한 경각심과 무서움도 이 영화가 주는 또하나의 메세지이다.
원작을 읽지는 못했지만 영화는 악인의 최후가 아닌 안타까운 삶의 인간의 마지막을 보여 준다.
"세상에 계속 커지는게 두가지 있어. 거짓말 하고 사채빛"
화차 (2012)
Helpless
8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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