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특히 우리나라에는 도저히 건드려서는 안되는 영역이 몇개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 책도 그중의 한 부분인데요, 책을 읽고나서 간략하게 리뷰를 하려다 보니 떠오르는 것 들이 없어서 다른 블로그들을 살펴보니 엄청난 찬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큰 감동을 못느꼈는데 말이지요..
어떤 글이든, 책이든 간에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혹은 아무리 저질 글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 다르고 반응하는 것이 다 다릅니다.
제가 법정 스님의 이 글을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저에게 기인한 바가 크겠지요. 소설같은 산문에 길들여진 저로서는 시나 잠언 같은 글을 감상하거나, 혹은 마음에 새기거나 내면을 들여다 보는데 굉장히 취약합니다. 어찌보면 법정스님이 평생에 걸쳐 축적한 구도자의 수행의 결과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가 놓치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 글에 나오는 무소유의 마음가짐. 자기자신에 대한 고찰.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수많은 글귀들이 어찌 된 이유인지 제 귀에서 가슴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빠져나갑니다. 그만큼 저의 정신, 내면이 혼탁해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엮은 류시화 시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잠언집은 여느 때처럼 그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고 덮어버리기에 어울리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끝까지 읽지 않아도 옆에 오래 놓아두어야 할 책이다. 내 방은 많은 책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법정스님의 책만큼은 그 숫자에 포함하고 싶지 않다. 그의 책들은 한 권의 책으로서가 아니라 늘 하나의 도반으로 곁에 있다. '법정'이라는 이름이 그 자체로 산이고, 오두막이고, 청정함이며, 어디에도 걸림없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른 서적들 처럼 출퇴근길에 쭈욱 읽으려고 했던 제가 어리석었나 봅니다. 채우기 위한 독서를 주로 해오던 이가 비우기 위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쉽기야 하겠습니까마는 나중에 여행을 하게 되거나, 산행을 하거나, 출장을 가서 홀로 있게 될 때 다시 한번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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