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블랙홀(1993, 원제: Groundhog day)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낮선 마을에 출장을 간 주인공(빌 머레이)가 다음날이 오지 않게 되는 이상한 현상을 겪게 되어 매일매일 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겪는 사랑과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고전 명작이다.
전혀 다른 장르이기는 하지만 <소스 코드> 역시 비슷한 설정을 가지고 새로운 SF를 만들어 냈다. 기존의 SF물, 그 중에서도 시간이동이나 평행이론을 다루고 있는 소재들은 많았지만 대부분 시간이동을 통한 미래의 변화가 주를 이뤘다. 어떤식으로든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어 그 과거를 바꾸는 것이 영화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1 꼭 시간 이동이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도 실 세계와 연관이 있는 것이다.
<소스 코드>의 특징은 시간이나 차원의 변화를 통해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억정보에 의지한 또 하나의 세계를 가상으로 만들어 내고 거기에서 과거의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영화의 본질이다. 미 공군 헬기조종사인 콜터(제이크 질렌할 분)는 작전도중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이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는 열차테러사건으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상황, 거기에 추가테러가 예상된다. 소스코드는 일종의 프로그램으로서 특정 인물이 본인의 기억을 가진채로 열차사고로 죽은 이의 기억에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사고가 나기 8분 전의 기억부터 재생할 수 있다. 물론, 과학적인 오류들이 엄청나게 많지만2 일일히 나열해가면서 오류를 지적할 필요는 없다. 이건 영화니까.......따라서 열차 내에서 어떤 일을 저지르던 그것은 현실이 아니고, 정보만이 진실이라는 것. 테러를 막을 수는 없지만 누가 테러범인지는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어찌 됐건 이 소스 코드를 이용해 열차테러의 범인을 찾아내고 그 범인을 현실세계에 알림으로서 더 큰 테러를 막는 것이 콜터에게 주어진 임무이다. 중요한 건 이 임무는 콜터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강제적으로 열차안의 범인을 찾게 된 콜터는 반복되는 8분 속에서 마주 앉아 있던 교사(미셸 모나한 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들을 살리고 싶다는 욕구를느끼게 된다. 수차례의 시도 끝에 테러범을 알게 된 콜터는 현실세계에 이를 알리고 2차 테러를 막아낸다. 그러나 소스코드 운영팀은 이를 계기로 콜터의 인간적 존엄성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소스코드를 운영하려 한다. 콜터는 가상이긴 하지만 수차례 반복된 열차테러 자체를 막아내고 새로운 가상세계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바라봤을 때 그것은 기억일 뿐 무의미한 일. 그러나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 현실세계의 오퍼레이터 굿윈은 콜터의 마지막 소원, 한번만 더 8분의 소스코드로 보내주는 것과 현실세계에서의 죽음을 들어준다.그리고 소스코드 내에서도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의 초반은 8분의 반복으로 테러범을 잡는데 집중하지만, 실제로는 소스코드 내의 또다른 세계의 존재의 발견이 더 SF적이고 극적이다. 8분이 계속해서 반복되지만 지루하기는 커녕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오히려 계속 반복되면서 이런 저런 시도들이 단편영화들을 보는 것처럼 강렬하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짧은 러닝타임 역시 영화의 집중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설정상의 소소한 오류들이 다소 거슬리기는 했지만 설정에 집중하다가 어려운 영화가 되어버리는 것은 막은것 같다. 특히 마지막의 10분은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영화 이후에도 잠깐 동안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소스 코드 (2011)
Source Code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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