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웃음> 웃음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농담. 궁극의 유머를 찾아라.

슬슬살살 2012. 5. 12. 20:48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책들을 쭉 읽다보면, 한가지의 흐름을 발견 할 수 있다. 모든 글에서 보이는 동일한 주제. 그것은 바로 근원을 찾는 것이다.

이전 작품들에서 뇌, 신 등 인간의 근원을 탐구하던 저자는 이제 웃음의 근원을 찾는 노력을 보인다.

일전 <파라다이스>라는 단편집에 실렸었던 <농담이 태어나는 곳>을 모티브로 하여 발전된 형태의 장편으로 구성한 소설이다.

 

줄거리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코미디언, 다리우스가 공연을 마친 후에 방에서 홀로 사망한다. 사망전에 큰 웃음을 터뜨리고는..

전작인 <뇌>에서 인간 정신의 근원을 탐구했던 이지도르와 뤼크레스는 이번에도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사건이 단순한 돌연사가 아님을 밝혀낸다. 

이 죽음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웃음'이 무기로 사용된 엄연한 살인인 것이다. 고대에 만들어진 이 우스개소리는 BQT라고 불리면서 GLH라는 비밀 결사단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1 다리우스와 그 주변의 인물들이 이 궁극의 웃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한 것. 실제의 다리우스는 동료나 후배들의 우스개소리를 훔친다던지, 폭력과 마약등에 빠져 있는등, 악덕한 인물이었다는 점이 추가로 밝혀지고 그 주위의 인물들이 모두 용의선상에 오른다. 특히 웃음을 수호하는 기사단을 비롯해 다리우스의 인물들은 <프로브>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 게임은 머리에 권총을 겨눈 상태에서 서로 상대방을 웃게 하는 게임이다. 당연히 먼저 웃는쪽이 머리에 총을 맞는 일정의 러시안 룰렛이다. 다리우스 이후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을 비롯해 다리우스의 주변인물들이 하나하나 동일한 방법에 의해서 살해된다. 이지도르와 뤼크레스는 이같은 사실들을 모두 밝혀가면서 진실에 점점 가까워지고 역시나,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결말(스포일러)

다리우스의 제작자인 형, 저작권을 빼앗긴 전 소속사의 사장, 다리우스 이전의 최고였던 개그맨, 다리우스에게 자신의 유머를 빼앗긴 동료 등이 모두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실제로 죽인 인물은 웃음을 연구하는 의사 '카트린'. 이 여의사는 어릴적 다리우스를 가르쳤던 스승의 딸로, 다리우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 것을 목격하였으나, 재판에서 패배하고 다리우스와 관련된 인물들에게 복수를 가한 것. 궁극의 유머라는 것은 존재하지만 책에서 그 내용이 소개되지는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것이 공개되면 모든 독자들이 죽을 테니까...라기 보다는 궁극의 유머를 밝힌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한 거겠다. 작가가 머리를 잘썼다고나 할까..실제로 읽는 사람들이 죽은 이유는 일종의 웃음가스에 의한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사람이 죽지는 않을테지만 '궁극의 유머'라는 것이 너무 우스운 이야기이다 보니, 적정한 양의 웃음가스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감상

사실 이 책은 그간 베르나르의 작품에 비해서는 조금 싱겁고, 이전작들의 구성이나 내용면에서도 크게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이랄까... 웃음의 원조격인 최초의 유머.. 궁극적인 유머가 존재하고 그 것은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비밀조직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는 설정은 대부분의 음모소설의 공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진실(유머의 발달사)가 조금씩 현재 진행되는 사건과 교차해서 기술하는 특유의 작가법도 이제는 조금 식상하다. 그 작가법 역시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 보여줬던 서스펜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야기 구조가 이전작들보다 나아진 면이 없고 충격적인 마지막을 보여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작품이다. 또한, 이전의 작품들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은 억지스러움이 보인다. 다만, 가상으로 구성한 웃음의 역사 이야기를 우연과 사실에 입각해 그럴싸한 이야기로 변환했는데, 역시나 상상력 만큼은 최고다. 작가의 말에 보면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구성의 비밀이 나온다. <노란 테니스공> 기법이라는 것인데, 이제 이걸 밝혀 버렸으니 다음 창작은 어떻게 할런지 기대가 된다.

 

PS.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적 읽었던 <바늘성>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과 같아 이지도르라는 이름이 참 맘에 든다.

 

 

     

  1. BQT는 살인 소담이라는 뜻의 불어, GLH는 웃음기사단의 약자다. 둘다 불어라 책을 읽으면서 유추하기는 불가능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