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0년 전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이 집권할 당시의 정책과 이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제반지식 없이는 읽기에 다소 무리가 따른다.
당시 토니 블레어 정권이 주창하던 이론이 바로 Third Road, 즉, <제3의 길> 이론이다. <제3의 길>이란 쉽게 얘기해서 신자유주의 노선의 불합리성과 사회주의 노선의 비현실성을 넘어 제3의 이념을 만들어내자는 것이고 이 배경이론을 만들어낸 이가 바로 세계적 사회학자이나 이 책의 저자인 앤서니 기든스이다.
노동당의 집권이 남북간의 이념과 반공사상이 아직 남아있는 한국에서는 다소 급진적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남북의 이념이 명확하게 갈려있어 노동당이라는 어휘 자체가 주는 심적 부담감이 상당하기 때문이고 노동당 = 빨갱이 라는 공식이 아직까지 유효하기 때문이다.1
그러나 토니블레어의 노동당은 상당기간 집권하였으며 상당히 성공한 정당임에는 분명하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물러나기는 했지만 경제적인 지표로 봤을 때 분명 노동당은 성공했다 말할 수 있으며 이후 유럽 전체의 정책기조에 상당한 변화를 미쳤다. 당시 블레어는 가지만 블레어리즘은 남는다라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올라왔을 정도로 제3의 길에 기반한 정책기조는 상당히 성공적이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론에도 상당부분 이어졌다.
이 <노동의 미래>는 앤서니 기든스가 2001년에 저술한 서적인데 토니블레어 정부 재집권 및 2단계 정책기조의 이론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시기성이 생명인 정책서적이 3년이나 지난 2004년에야 국내 출판된 이유는 아마도 선거이슈가 맞물려 있어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너무나 영국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어 책 자체가 미친 여파가 미미했던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2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담론을 구분해 보면 공공부문의 민영화, 복지의 개혁, 지방 분권, 의무교육의 확대, 환경정책과 세계화이다. 어떤가. 지방분권을 제외하고는 MB정부의 정책기조와 상당부문 비슷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 책은 참여정부의 필수 서적이었다는 점은 많은 생각할 꺼리들을 안겨준다. MB정부의 정책기조와 세계적 추세인 제3의 길, 참여정부의 정책기조가 한 맥락임에도 우리나라에서 전혀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행해지는 방식에 대한 부분의 차이라 생각한다.3 그리고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소통과 신뢰의 부족이다.4
이제 곧 대선이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정책 비전의 틀은 말만 다를 뿐 들여다 보면 비슷하지만 그 우선순위와 행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의 읽음은 정책 방향에 대한 트인 눈을 가지게 하는데 꽤 도움이 될 것이다.
PS. 내용에 따르면 책의 제목은 '노동당의 미래'라고 하는 것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는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다. 번역이 너무 조악하다. 중앙대의 신광영 교수라는 분이 번역했다 되어 있는데..
이런 수준이라면 학부생의 수준이라 생각된다.5 거의 대부분이 번역기 수준의 직역으로 내용의 이해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노동의 미래
- 소위 진보정당들의 이름에서 노동이라는 단어가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문으로]
-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었을텐데.. [본문으로]
- 예를 들면 환경정책에 대한 부분은 거의 모든 국민이 찬성하겠지만, 그 방식이 4대강식으로 귀결되는 것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본문으로]
- 공공부문의 민영화 역시 투명성과 부정이 없을 것이라는 국민적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다 한들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본문으로]
- 아니라면 번역작업에는 약하신데, 내용에 대한 감수와 같이 하느라 출판사측세서 대충 했던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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