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마을과 그 불확실한 벽>완전한 인간은 오히려 비인간적이다.

슬슬살살 2012. 5. 6. 22:33

이 책은 국내에는 출판되지 않았다. 나중에 내용이 좀더 보강된 형태의 <일각수의 꿈>이거나 <세계의 끝,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변형되어 나온 것 같다. 1 어찌 됐건 그 두 책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이 중편은 우리나라에서는 출판되지 않았다. 다만 인터넷에 해적 번역판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 나도 그걸 어찌 구해서 읽게 되었고..

 

사실 하루키가 유명한 작가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실의 시대>로 유명해 졌고 최근 <1Q84>로 돌풍을 불어일으키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마을은 세계의 또다른 면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1Q84>의 세계관이 이미 이 소설에서 구상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마을은 실존하지는 않지만 실존하는.. 일종의 환타지적인 마을이다. 이곳은 기기묘묘하기도 하며 그림자로 대변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은 입장이 불가한.. 어떤 다른 곳이다. 이곳에서 주인공은 그림자를 잠시 마을 벽 바깥쪽에 놓아두고는 마을에 머무른다. 꿈을 보관하는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게 어울리기도 하고 이상한 벽을 따라서 지도도 만든다. 그러나 죽어가는 그림자를 외면하지 못하고 마을에서 달아난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가득찬 이 마을은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언가 불완전하고 억압되어있는 모습이 드는데, 일종의 인간의 완전한 자유를 나타낸 듯 하다. 완전히 해탈해버린 존재로서.. 모든 것을 놓아버린 존재로서의 인간은 역설적이게도 비인간적인 모습을 가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인간을 완전함을 추구하지만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 오히려 완전함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상징과 비유가 많아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느낌은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는 신기한 작품이다. 그림으로 따지자면 마그리트의 냄새가 강렬하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세계의끝,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다.

  1. 두 책을 읽지 못해서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