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법정 스님이 타계했다.
생전 남긴 수많은 산문과 잠언 가운데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제야 읽었다.
법정스님의 산문집들은<맑고 향기롭게>에 연재되던 것들이라 일관된 주제를 가지지는 아니한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제목 하에 실려있는 산문 56편은 몇가지의 주제로 함축될 수 있다. 첫째. 좋은책을 많이 읽어라, 둘째. 많이 가지는 것을 경계하라, 세번째.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라, 네번째. 자연에 감사하고 환경을 아껴라.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이야기이고 실제로 그렇게 생활한 스님의 이야기인지라, 가슴에 절절히 와 닿는다. 많은 현대인들이 은퇴하고나서 자연과 함께 지내는 삶을 꿈꾼다. 나도 마찬가지고. 어쩌면 지금 당장이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이 실제로는 상당히 어렵다. 하기야,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면 법정스님의 말씀들은 이미 말씀이 아니었을게다.
다만, 독서와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은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다. 법정스님은 스님들이 임종시에 남기는 임종게 조차 남기지 않아 그야말로 다 버리고 떠나셨다. 우리는 그런 삶을 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남겨진 글들을 통해 잠시나마 삶을 돌아볼 여유를 찾는다. 또, 스님의 소소한 일거리들이 현대인들에게는 재미있는 들여다보기가 되는 것도 이 책이 가진 또하나의 선물이다.
산속에서 홀로 즐겁게 수행한 스님의 남긴 글로 인해 잡시나마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다.
"때로는 높이높이 우뚝 서고
때로는 깊이깊이 바다 밑에 잠기라"
有時高高峰頂立 有時深深海底行
"이 세상에서 받기만 하고 주지 못했던 그 탐욕과 인색을 훌훌 털어 내고 싶다. 한동안 내가 맡아 가지고 있던 것들을 새 주인에게 죄다 돌려 드리고 싶다. 누구든지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내게 맡겨 놓은 것들을 내가 먼 길을 떠나기 전에 두루두루 챙겨 가기 바란다. 그래서 이 세상에 올 때처럼 빈손으로 갈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
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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