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재미가 최악은 아니다. 오히려 3~4시간동안 쉬지않고 읽어내려갈 수 있을 정도이니.. 일반적으로 이럴땐 재미있다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 재미있다라고 하기에는 너무 미안하다. 분명 오쿠다 히데오의 느낌자체는 물씬 난다. 유쾌하고, 통통튀면서 블랙조크도 끼어있고..
하지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이라는 건 정말 최악이다.
영세한 공장을 가까스로 운영해 나가지만 남들에게 싫은소리 못하고 좋게 좋게 하다보니 주변에서 무시하는 공장장. 야쿠자를 꿈꾸는 건달이지만 친구의 배신을 포함해 더이상 나빠질 곳이 안보이는 건달. 은행에 취업해있지만 조직을 위해 늘 희생만 해야 하는, 거기에 성추행까지 당해버린 은행창구원. 그 누굴 보더라도 최악이 아닌 경우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공장장이 최악중의 최악이었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다. 상황상 너무 최악인 주인공들의 고군분투는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갑갑한 인생이다.
이 세명이 어느날 은행을 턴다. 정확히는 건달과 은행원의 여동생이 털고, 공장장과 은행원은 내부에서 돕는다.
결과적으로는 최악도 아니고 최선도 아닌 그저 그런 결말을 가져오지만, 그것이 가장 최선의 결말이었을 듯 싶다. 은행털이에 성공했어도 그저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적절한 폭발 없는 삶은 언제나 최악이다. 한차례의 불꽃이 삶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다.
PS. 개인적으로 공장 옆 멘션에 사는 오타씨 부부가 실패하는 모습이 꼭 그려졌으면 했는데.. 역시나 세상은 불공평하다.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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