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이책의 첫인상은 '유치하고 통속적인 소설이구나'였다.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표지디자인과 국정원과 스타벅스 운운하는 뒷면의 광고글... 국정원! 국가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필독서라는 손발 오그라드는 멘트가 그런 판단을 내리게 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이 책이 국가공무원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한 필독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꽤 재미있는 소설이기는 해도..
이 책의 첫 단락은 주인공이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말하고 있다. 처음에 나는 진짜 국정원 출신의 작가인가 했는데, 깜빡 속을뻔 했다. 가상의 인물이 자기의 과거를 회상하면 서 쓰는 글이다. 주인공인 윤정태는 평범한 학창시절을 거쳐 국정원 직원이 된 인물이다. 국정원 하면 스파이나 특수요원등을 상상하지만 그들 역시 평범한 공무원에 지나지 않는다. 특성상 보안사항이 많기는 하지만 서류정리와 보고서 작성이 대부분의 일인 것이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장관급회의를 주최하게 된 윤정태는 일을 잘 소화하지만 북측의 김만길이라는 고위간부가 망명을 요청해오면서 일이 급격하게 틀어진다. 이 인물이 망명하게 되는 경우 남북관계는 냉각 될 것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윤정태이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건 단순히 국익과 개인의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건의 메인 스트림은 위와 같은 스펙타클한 사건이지만 오히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주인공이 다니는 카페 안단테와 주인공의 부부생활이다. 국정원 일 특성상 자신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삶에서 윤정태의 유일한 취미는 안단테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이다. 사실 이 안단테는 안락한 생활이자 이상향을 의미하고 있다. 현실은 끊어내는 것이 어려운 맛있는 커피와도 같다. 또, 삐걱대다 결국 틀어지게 되는 아내와의 관계는 남북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오지만 결국 깨져 버리고 만다.
자, 과연 윤정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자신의 것들을 지키면서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것인가.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갈 것인가.
과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국정원 직원이 하는 일을 보여주기 위한 첩보소설은 아니다. 자신의 방식대로 살지 못하고 대통령마저도 하나의 전문 직업인에 불과한 이 세상에서 상식과 휴머니즘을 가진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첩보소설처럼 스펙타클하지는 않지만 만화, 시나리오를 업으로 하는 작가의 이력 답게 웹툰 한편을 보는 느낌이다. 간결한 문장과 중언부언 늘어지지 않는 스토리라인은 더운 여름날 밤 하루쯤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다만 잠깐 스쳐지나가는 스타벅스와 CIA의 이야기는 마케팅팀에 의해 과대평가 되어진 듯 하다. 이런걸 대할 때마다 책에 대한 이미지가 깍이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PS. 52개의 별은 국정원을 위해 순직한 이들의 숫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별로 그려져 국정원 홍보전시관에 새겨져 있다. 현재까지 52명이지만 언제 늘어날지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52개의 별이다.
출처: 국정원 홍보전시관 홈페이지(http://museum.nis.go.kr/around/around04.jsp)
52개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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