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람들마다 반응이 극과 극을 달렸다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고 왔다.
이 영화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릴 수 밖에 없는 것이 배트맨 그 자체는 그렇게 많이 나오질 않는다. 오히려 고담이라는 도시와 이를 둘러싼 일반 시민들의 영웅성이 강조 되면서 배트맨과 베인은 조연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매번 탄성을 자아냈던 배트맨의 놀라운 무기들 역시 큰 진보를 이루지는 못했다. 더 배트라는 비행선은 거북이 같은 비주얼로 확 깼고 말이지.. 다만 오토바이의 드래프트 바퀴회전은 최고의 설정이었다. 누가 그런 생각을 한거지?
새로운 캐릭터인 베인 역시 초반에는 뭔가 있을 법 했지만 후반 반전 이후에는 이렇다 할 악당성을 보여주지 못하다 어이없이 사망해 버렸고, 캣우먼은 잘 어울리기는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한마디로 배트맨과 악당, 조력자 등 캐릭터 모두가 약했다는 의미이다.
캣우먼은 섹시하지만 거기까지..
베인은 무지 강하긴하지만 별 생각없는 캐릭터이다.
이렇게 망가져버린 캐릭터를 대신한 건 개리 올드만 오빠가 지휘한 고담 경찰 3,000명
공식 포스터 중 가장 맘에 드는 포스터.
무너지는 건물 사이사이로 배트맨의 모습이 형상화 되어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와 비슷한 장면이 영화속에서 나온다.
바로 브루스 웨인이 갇혀있던 제3의 감옥이 바로 그곳이다. 영화속에서 그 감옥의 뚫린 부분은 죄수들에게 헛된 희망을 준다.
웨인은 그 헛된 희망을 버리지 않고 탈출했다. 자, 배트맨은 고담에 있어 헛된 희망인가?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재미없다는 얘기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전체적인 영화로 봐서는 그렇지 않다. 캐릭터가 사라져 버리고 액션도 그냥 저냥 한 이 영화는 놀라운 몰입도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제인 모든 시민은 영웅이다라는 이야기가 긴 러닝타임을 관통한다. 베인에 의해 무법천지가 된 고담시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경찰들과 지하에 갇힌채로 반격을 준비하는 3,000여 경찰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놀란 감독은 전작인 다크나이트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들고 나왔었는데, 조커에 의해 서로의 배를 침몰시켜야 하는 죄수들과 시민들은 둘 다 죽음을 선택하였고 이는 인간 스스로의 가치를 선하다고 생각하는 배트맨의 주제를 잘 드러내었다.
주인공에 의한 액션을 버렸음에도 영화의 스토리는 탄탄하고 볼거리는 풍성하다. 억지스러운 악당설정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원래 배트맨이란게 이런재미 아니겠는가. 이제 범죄자들의 도시인 고담은 배트맨도 있지만, 그 모든 범죄들에 대해서도 타협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도시가 유지된다. 이 세상의 축소판인 고담시에는 이제 배트맨이 없어도 되지 않을까?
영화 말에 보면 로빈이 등장하면서 다음편을 암시한다. 이제 펭귄맨과 프로즌맨이 등장할 차례인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다음편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
The Dark Knight Rises
8.2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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